"숨는 모습 부끄러워 그만둡니다"… 경북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사직 의사 밝혀

입력
2024.03.0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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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 주장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차 앞으로 의료진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다빈 기자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차 앞으로 의료진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다빈 기자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 대란 속에 "외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후배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모습이 부끄럽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윤우성 교수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교수직을 그만두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의료 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학본부가 해당 학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눈 앞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고 정부 정책을 수용하며 이것 저것 요구하는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에 돌입하자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장밋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정부는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협박만 하고 있다"며 "병원 내에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는 답답한 상황에서 제 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후배 의대생들에게 외과 전공의하라고 자신 있게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저는 이미 오래 전 번아웃도 되었고, 매일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사는데 도와주는 건 없고 더 힘만 빠진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도 한번 뒤돌아보고, 잊고 지내온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고 적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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