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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불화’ 미국 상원 공화당 1인자 매코널, 11월 물러난다

입력
2024.02.29 06:28
수정
2024.02.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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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역대 최장수 대표… “11월 사임”
82세 고령… ‘대선 사기’ 주장에 이견

28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오는 11월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미치 매코널(오른쪽) 원내대표가 공화당 오찬장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8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오는 11월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미치 매코널(오른쪽) 원내대표가 공화당 오찬장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상원 공화당 1인자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동안 맞서 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굳어진 데 따른 결정일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시대 변화에 따른 신구 보수 세력 간 세대 교체라는 해석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28일(현지시간) 상원 연설을 통해 오는 11월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생에서 그 가치를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재능 중 하나는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배경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직후인 2020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고,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상원 지도부 다수가 이미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는데도 아직 대세에 편승하지 않았다.

이념 지향도 달랐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상징하는 전통 보수주의를 따르고 국제 동맹을 중시하지만, 현재 공화당 주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영합주의와 고립주의 노선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에도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원에서 민주당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위한 패키지 안보 예산안을 가결 처리했다. AP통신은 그의 사임 결정이 공화당의 이념적 전환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지난 20일 만 82세 생일을 맞은 매코널 원내대표는 미국 상원 역대 최장수 원내대표다. 1985년 상원에 처음 입성했고, 2006년부터 9번 연속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2007년부터 17년째 상원 공화당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사임 계획 발표는 고령 논란을 감수하고 이번 대선을 통해 연임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만 81세 3개월)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올해 84세인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11월 하원의원 선거 재출마를 선언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힘을 실어준 것과는 대비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2027년 1월에 끝나는 상원의원 임기는 마친다는 게 매코널 원내대표 계획이다. 그의 보좌진은 사임 결정이 건강과는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 넘어져 뇌진탕 진단을 받고 입원한 적이 있다. 같은 해 7, 8월에는 기자회견 도중 말을 하다가 돌연 멈추고 수십 초 동안 멍한 상태로 있는 모습을 보여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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