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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풀'처럼 살아남았다...이옥선 할머니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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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97) 할머니는 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태어났다. 배곯는 일이 일상인 집의 5남매 중 맏딸로, 입을 하나라도 덜기 위해 우동집의 수양딸로 보내졌다. 학교에 보내준다더니 실상은 식모살이였다.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던 16세의 할머니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낯선 이들에게 끌려가 국경을 건넜다. 그렇게 일본군 '위안부'가 됐다.
김금숙 작가의 '풀'은 위안부 피해자 이 할머니의 생애를 담은 만화다. 2017년 초판 발행 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하비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며 세계에 위안부의 실상을 알렸다. 3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고,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이 최고의 그래픽노블로 선정했다. 절판된 책을 다듬고 2024년 작가의 말을 덧붙인 개정판이 나왔다.
김 작가는 할머니의 생생하고 잔혹한 고통을 직접적으로 그리기보다 나무나 바람 같은 이미지를 수묵화로 형상화했다. 폭력의 실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을 질끈 감게 하는 잔인한 장면은 한 컷도 등장하지 않지만, 모든 페이지가 도무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담담한 필치에 역사의 잔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은 피해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내는 과거의 시각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한 인간이자 주체적인 인권운동가로 그려낸다. 2015년 12월 피해자를 배제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소식에 할머니는 "우리는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하고 배상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 외쳤다. 그사이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9명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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