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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맘대로 써먹으란 소리"... 간호사 의료행위 길 텄지만 현장은 "글쎄"

입력
2024.02.28 19:30
수정
2024.02.28 19:3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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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호사 의료행위 시범사업 시행
반응 차가워... 의료법 위반 소지 여전
사업 끝난 뒤 '토사구팽' 될까 우려도
복지부 "처벌 대상 아니다" 거듭 강조

전공의 집단행동 9일째인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 집단행동 9일째인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초래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장 간호사들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 업무 범위를 정하는 권한을 각 병원에 줘 의료법 위반 소지가 남아 있는 데다, 전공의가 복귀해 업무가 정상화하면 간호사가 다시 소외될 우려가 적지 않은 탓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26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추진 공문'을 내리면서 일부 병원은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 논의에 착수했다. 핵심은 병원장과 간호부서장이 협의해 간호사의 숙련도, 자격 등에 따라 업무범위를 정하고 특정 범위 내에서의 의료 행위는 사실상 의사 업무더라도 법적으로 보호해주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의료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는데, PA 간호사들이 처치 보조 등 일부를 관행적으로 떠안으며 불거진 불법 부담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차갑다. 간호사들은 "언제, 어떻게 의료법 위반 소지로 책임을 지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PA 간호사를 한 적 있는 A씨는 "대법원 판례로 금지된 행위는 프로포폴이나 척추마취 시술 등 5건에 불과하다"며 "이를 제외한 의료 행위에 대해 '반짝 승인'을 해주더라도 혹시 나중에 복귀한 의사 혹은 환자가 고발이라도 하면 누가 입증을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의 법적 책임을 기관에 미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무 범위 지정 권한이 병원장에게 있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에서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한 B씨는 "의료기관장이 책임을 지는 구조면 합법인 업무 범위가 더 소극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간호부서장 합의가 필요하다 해도 조직도상 진료부 밑에 간호부가 있고, 병원장이 거의 의사인 만큼 문제점에 대해 강하게 항의해 줄 간호사 대표자가 몇이나 되겠느냐는 염려도 있다.

인력이나 재정지원 역시 충분하지 않다. B씨는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이 숙련된 PA 간호사들에게 밀려오는 상황인데 이젠 일반 간호사한테까지 넘어올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삼성서울병원의 4년 차 간호사 C씨도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니 그저 급한 불을 끄려고 의사 일을 시키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진짜 걱정은 시범사업이 끝난 후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 종료와 함께 시범사업도 마치기로 했다. 그런데 전공의들이 돌아오면 이들이 업권 침탈을 내세워 문제를 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방 상급종합병원에서 PA로 일하는 D씨는 "불과 작년에 간호법을 거부한 정부가 혼란이 생기니 간호사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시범사업이 끝나면 PA 합법화도 유야무야될 수 있어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후 제도화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간호사 처벌은 절대 없다고 공언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1만 개가 넘는 의료행위를 일일이 규정하는 건 사실상 어렵고, 대법원 판례처럼 금지 항목을 정해 그 외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게 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에서 이뤄지는 업무 범위 내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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