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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우크라 파병설' 파장 일파만파… 러·서방·프랑스 모두 '발칵'

입력
2024.02.28 17:00
수정
2024.02.28 17: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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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파병, 배제 안 해" 발언하자
러시아 "유럽 안전을 생각하라" 비난
미국 등 서방도 "계획 없다" 선 그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기자들에게 손 인사를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기자들에게 손 인사를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시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거세다. EU 회원국 대부분이 나토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대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와의 직접적 군사 충돌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화할 경우, 3년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자체가 '러시아 대 서방 전체'의 전면전으로 확 바뀔 수밖에 없다.

당연히 러시아는 마크롱 대통령을 전방위로 공격하며 '경계 모드'를 취했다.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 개별국도 "파병 계획이 없다"고 잇따라 선을 그었다. 심지어 프랑스 내부에서조차 '무모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파병 검토"… 러 "무슨 말 하는지?" 조롱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르피가로·독일 차이트 등에 따르면, '문제의 언급'은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 회의'를 계기로 나왔다. 친(親)러시아 성향인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이 회의를 '전투 회의'라고 칭하며 "EU 회원국 일부가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듯 "관련 내용이 자유롭게 논의됐다"고 밝힌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국가의 우크라이나 파병 등) 어떤 것도 배제할 수는 없다.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모호한 설명'도 덧붙였다.

'러시아와의 정면 대결은 없다'는 기존 나토 입장과 온도 차가 뚜렷한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일단 러시아가 발끈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파병 시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유럽을 위해 더 합리적이고 안전한 생각을 하는 데 머리를 쓰라"고 일갈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 "소변을 참지 못하듯 말실수를 반복한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조롱까지 나왔다.


2022년 11월 라트비아 아다지 군사기지에서 열린 '2022 아이언 스피어' 훈련에서 폴란드와 독일, 이탈리아의 전차가 합동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13개국이 참여했다. 아다지=EPA 연합뉴스

2022년 11월 라트비아 아다지 군사기지에서 열린 '2022 아이언 스피어' 훈련에서 폴란드와 독일, 이탈리아의 전차가 합동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13개국이 참여했다. 아다지=EPA 연합뉴스


"무모한 발언" 비판에... 뒷수습 분위기도

서방도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별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부인했다. 미국 백악관 역시 "우크라이나에 군인을 보낼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프랑스 정치권마저 좌우를 막론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보수 성향 공화당에선 "마크롱의 발언 탓에 전쟁 성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고, 좌파 성향인 사회당은 "EU 분열만 초래한 비생산적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의 확산 속에 프랑스 정부의 뒷수습 분위기도 감지된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마크롱 대통령 언급 자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지뢰 제거, 사이버 방어, 우크라이나 내 무기 생산 등을 고려 중"이라며 '비전투 분야 파병 검토'에 한정돼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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