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 그늘에서 얼음썰매를 타는 이들

입력
2024.02.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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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영화 쿨 러닝과 데비 토마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모티프로 한 월트디즈니 영화 '쿨 러닝'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픽처스 사진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모티프로 한 월트디즈니 영화 '쿨 러닝'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픽처스 사진

월트디즈니픽처스의 1993년 영화 ‘쿨 러닝(Cool Runnings)’은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얼음썰매를 탄 열대 카리브해 청년들이 조롱 어린 환호를 받으며 본선까지 진출, 강국 스위스를 꺾으며 3차 시기에 나섰다가 경기 중 봅슬레이가 부서지자 그 썰매를 짊어지고 결승점까지 걸어서 통과하는 이야기. 출전 정황과 경기 성적 등은 과하게 극화돼 실제로는 4인 경기서 예선 탈락하고 2인 경기서도 28위에 그쳤지만, 그들의 도전과 열정은 올림픽 정신의 한 상징으로 주목받았고, 지난 2022년 베이징 올림픽으로도 이어졌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 제1회 동계올림픽 이래 첫 흑인 메달리스트인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비 토마스(Debi Thomas)가 동메달을 딴 것도 캘거리 올림픽이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하계올림픽에서 조지 콜먼 포지(George Coleman Poage)가 올림픽 역사상 처음 흑인으로서 동메달 2개(200m 허들, 400m)를 딴 지 무려 84년 만의 쾌거였다. 동계올림픽 두 번째 흑인 메달리스트는 12년 뒤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미국 봅슬레이팀의 보네타 플라워스(Vonetta Flowers)로, 그는 2인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 대회에서 흑인 선수는 캐나다 아이스하키팀 선수를 포함 모두 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동계스포츠의 인종 다양성 부족은 국제 체육계가 아직 못 푼 숙제 중 하나다. 지난 대회까지 근 100년 동계올림픽을 통틀어 흑인 메달리스트는 미국과 캐나다, 독일 3개국 출신 10여 명에 불과하고 종목도 아이스하키와 봅슬레이, 스피드와 피겨 스케이팅 4종목에 국한됐다. 거기엔 기후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장벽 즉 장비 및 전지 훈련 등에 드는 비용 탓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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