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및 가족의 숙면을 위하여"

입력
2024.02.2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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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영공 비행금지구역 지정의 유래

2012년 4월, 항공기에 실려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이송되는 퇴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워싱턴D.C.의 미국립 우주항공박물관 전시를 위해 부득이 비행금지구역인 미 국회의사당 상공을 날았다. 미 공군 사진

2012년 4월, 항공기에 실려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이송되는 퇴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워싱턴D.C.의 미국립 우주항공박물관 전시를 위해 부득이 비행금지구역인 미 국회의사당 상공을 날았다. 미 공군 사진

항공안전법 등이 정한 대한민국 비행금지구역은 휴전선 접경지역과 수도권 일부지역, 원자력발전소 상공 등이다. 풍선이나 드론 등도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이다. 당국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하는 비행제한구역도 있다. 위반 시 1차적으로는 교신 경고를 받지만 불응 시 격추된다. 20세기 항공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안보 등 목적으로 엄격한 항공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공 내 비행금지-제한구역 지정은 1935년 2월 22일 미국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의 숙면을 위해 시작됐다. 미 연방항공청의 전신인 항공상무국 국장이던 유진 L. 비달(Eugene L. Vidal)은 그날 “비행기 소음으로 대통령과 가족이 잠을 설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백악관 상공을 포함 워싱턴D.C. 중심부를 비행하는 것을 금한다”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는 다음 날 상무장관 대니얼 로퍼(Daniel C. Roper)의 승인을 받아 영구적 행정명령으로 대체 발동될 것이라며, 위반 시 500달러(2024년 기준 약 1만2,000달러)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 조치 며칠 전 비행기 한 대가 최저고도제한규정에 육박하는 약 150m 고도로 백악관 상공을 비행, 대통령 일가를 비롯해 백악관 직원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비달은 비행기뿐 아니라 상업광고용 비행정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광고 플래카드를 매단 소형 비행정들이 아침저녁으로 워싱턴D.C. 상공을 누비던 때였다.

백악관 비행금지조치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격상됐다가 60년대 연방항공규정으로 성문화돼 현재는 연방항공교통관제센터(ATC)와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동시에 통제하는 ‘P-56 비행금지구역’으로 확대됐다. 거기에는 백악관과 의사당 등을 포괄하는 A구역과 부통령이 거주하는 옵서버토리 서클 1번지(옛 해군천문대) 반경 800m의 B구역이 해당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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