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에 모인 의사들 "몽둥이 든 정부에 끝까지 저항할 것"

용산 대통령실 향해 거리행진·시위
"대책 마련 안 돼... 국민 건강 위협"
3월 3일 여의도서 2만명 집회 예고

25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표자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전국에서 모인 의사들이 25일 서울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증원을 두고 대정부 강경 투쟁을 거듭 다짐했다. 내달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도 예고하며 저항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 시·도 의사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 전국 의사들이 참여하는 대표자 확대회의를 열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졸속 추진과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추진에 강력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의학교육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인 데다, 의사를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며 "교육여건과 시설기반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막대한 의료비 증가도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정부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작금의 상황은 과거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비견될 정도로 비상시국"이라며 "의료계 전체가 똘똘 뭉쳐 이를 막아내야 한다"고 투쟁을 독려했다. 다만 전체 의사들의 단체행동 여부는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비대위는 회의를 마친 뒤 거리로 나섰다. 오후 4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일방적 정책 추진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장외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400여 명이 참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 회초리를 먼저 들고, 안 되니까 몽둥이를 들고 이젠 구속 수감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며 분노했다. 이어 "의료 정책은 한 번 망가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규석 투쟁위원회 부위원장도 "정부는 28번 회의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며 "2,000명이 절박했으면 정책이 갑자기 맘대로 결정됐겠느냐. 절박하다는 것 자체가 거짓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다음 달 3일 여의도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원래 10일에 하려 했지만 회원들의 투쟁 열기가 뜨거워 (날짜를) 당기게 됐다"면서 2만 명 참여를 예상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