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이 전공의 사태 골든타임"… 의대 교수들 중재 시도 통할까

입력
2024.02.24 15:00
수정
2024.02.24 16:34

전국의대교수협 "의료인력 추계 기구 신설" 제안
서울대 교수비대위장, 어제 복지차관과 회동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도 속속 교수비대위
정부-전공의 중재역 기대... "제자 편든다" 지적도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적 병원 이탈이 현실화한 채로 처음 맞은 주말. 의료 수요가 적은 휴일에 의정 갈등을 수습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 속에, 그간 방관적 태도를 보였던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접촉하거나 의료인력 추계 기구 신설을 제안하는 등 중재에 나서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의대 교수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의 주요 원인은 저수가, 진료전달체계 미비와 의료사고 시 의사의 법적 보호 시스템의 부재"라며 "그동안 이 원인들을 해결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던 정부가 이제 와서 갑자기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현 의료비상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의사들 모두 노력해야 한다"며 "협의회는 비상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정부뿐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신속히 필수의료 개선과 의사·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력 추계를 결정하는 협의체를 새로 구성헤야 한다"고 제안했고, 전공의와 의대생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다시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요청했다. 단체는 "전국 의대 교수들은 필수불가결한 의료공백을 메우려 앞으로도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서에는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0개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전국 의대 가운데 가장 먼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서울대는 정진행 비대위원장이 전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모처에서 만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양측이 밝힌 입장에 비춰볼 때 복지부는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고, 비대위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재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논의하자고 정부에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회동이 있었던 당일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이 비대위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주말이 사태의 골든타임으로, 주말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부에 대화를 제안했다. 같은 날 박 차관도 "잘못을 따지기 전에 사람이 죽어나가게 생겼다"며 절박성을 강조하며 "(정진행) 비대위원장님과는 한 번 접촉했었고 신속히 대면 자리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는데, 양측이 날을 넘기지 않고 회동한 셈이다.

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빅5 병원(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전날 교수 비대위가 구성되는 등 잠잠했던 의대·대학병원 교수들이 사태에 본격 개입하기 시작하는 형국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비대위도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교수비대위가 구성되고 있다며 함께 움직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대 교수는 정부 의료개혁에 비교적 우호적인 대학병원 구성원이자 전공의를 제자로 둔 스승이라는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만큼 자연스레 정부-전공의 갈등의 중재역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다만 지난 20일 전공의 집단사직 본격 개시 이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동안 교수들이 제자들 편을 드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섣불리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비대위만 해도 지난 16일 결성 당시 "정부와 의대생·전공의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전날은 "정부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들과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전공의들과의 연대 의사를 밝히며 비대위 출범을 선언했고, 순천향대 4개 병원(서울 부천 천안 구미) 교수진은 22일 "정부가 일방 통보식으로 발표한 정책들이 성실히 진료와 학업에 임하던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의대생들이 휴학하는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며 정부를 성토하는 성명을 냈다.

한편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병원 소속 4년차 전공의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은 협상이 아니라 의사들을 협박하는 행위"라며 복지부의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협박,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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