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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잠을 청하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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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년이 끝나고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의 10여 일, 기성세대들에게 이맘때는 '봄 방학'으로 추억된다. '봄'이라기에는 여전히 추운 날씨라 외부 활동에 제약이 크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숙제가 없는 때, 그리고 새 공책과 필기도구를 준비하며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던 무렵이었다.
몇 년 사이에 학사 일정에서 봄 방학이 사라졌다. 정해진 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1월에 등교하기도 하지만, 겨울 방학과 봄 방학 사이의 보름 남짓이 더 쓸모 있게 됐다는 긍정적 반응이 더 많은 편이다. 그런데 봄 방학이 없어진 것이 단지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실상은 '학년 말의 교실 통제력 상실'이라는 데 있다. 성적 처리가 다 끝난 마당에 교실에서 학생들을 집중시킬 방안이 없는 것이다.
교실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말하고 싶은 문제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지식을 받는 것 외에는 할 일 없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는 점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교실을 잠을 청해도 되는 곳으로 여긴다. 교육 종사자로서, 학생들의 이런 정서를 체감한 지는 꽤 오래됐다. 그것도 학기 말, 학년 말이 아니라 학기 초부터 일 년 내내 그러하다. 교육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수업 중에 자는 것으로 응답했다. 교과목별로는 수학(29.6%)과 영어(28.9%), 과학(23.3%) 시간에, 학교 유형별로는 일반고 학생(28.6%)이 과학고(14.3%)보다, 성별로는 남학생(30.1%)이 여학생(24.1%)보다 많았다. 어떤 교사는 오히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고작 20%라고 한다. '잠자는 교실'에 교실 수업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쏟아진다. 이것이 과연 학생 참여율을 고려하지 않은 교실 수업 방식만의 문제인가?
학생들이 교실에서 자는 원인으로 교사는 '학생의 낮은 참여 의지'를 꼽는다. 학생들이 재미가 없어서, 이미 아는 것이라 안 듣고 싶다고 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는 것'과 깜빡 '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의지 유무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자는 것은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는 행위가 다른 학생을 방해하지 않는 개인의 선택일까. 수업시간에 자고 싶은 학생 처지에서 이미 잠든 사례는 자신의 수면을 합리화하는 최적의 이유로 쓰인다. 실제로 수업 중 종종 자는 학생들은 주변에 자는 아이들이 더 있기 때문에 자기도 괜찮다고 답한다.
한 사람의 성장 과정 중에서 배울 것이 어디 지식만이랴. 학교 교육을 받는 12년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한평생 사는 방식을 깨달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아이들과 '학교를 다니는 의미'를 나눠보는 가정은 얼마나 있을까. 교실에서 잠을 청하는 아이들이 학교만의 탓일 리가 없다.
3월 개학이 코앞이다. 고등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곧 대학으로 올 것이다. 그런데 크게 달라진 외모에 비해, 학교에서 하던 습관에는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대학만 가면, 또 어른만 되면 습관과 태도가 바뀔까. 삶의 모습은 습관으로, 습관은 삶의 가치관을 결정짓는 열쇠가 되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 자원들이 매일 가는 학교에서 자는 습관을 익혀 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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