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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하가 불러올 빛과 그림자

입력
2024.09.19 00:01
수정
2024.09.19 07:07
27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종료되는 19일 새벽(한국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정책금리 인하를 발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미 연준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신호탄이다. 앞으로 미 연준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할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및 한국 경제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

그간 시장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고대했던 이유는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어 실물과 금융 양측에서 경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연쇄적으로 한국 국채금리도 떨어진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은행채 등 채권 금리뿐만 아니라 대출과 예금 금리도 낮아지게 된다. 이는 소비와 투자를 늘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상승시킨다. 또한 세계 시장의 유동성 확대는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늘린다. 이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들은 신주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조달이 쉬워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렇게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한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트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유발하므로 미국 시장에서 달러화로 표시된 우리 수출품의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9%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을 감소시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한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산업 수요가 큰 광물인 은과 구리의 가격을 상승시켜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미 대통령 선거 결과, 중동 지역의 긴장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전히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크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수익률이 0인 금과 미 국채 간의 수익률 차이가 좁혀져 금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안전자산이 된다. 그러므로 금 수요가 증가해 금 가격이 상승한다. 이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금보다 저평가됐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산업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은과 구리의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은과 구리를 사용하는 전기, 전자,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설비 등 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정부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타격을 받을 대미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미 수출 기여도가 큰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등 생산 기업들의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신기술 개발과 수출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국가 간에 이동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을 우리 채권 및 주식시장에 유치하는 데 힘써야 한다.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우리 주식시장의 선진국 대비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 역시 은과 구리 등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천연자원을 조기에 확보하고 비축하는 등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공조만이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서 또 다른 기회의 창을 만들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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