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쇼크에 '금리인하론' 부상... "3개월 내 내려야 할 수도"

입력
2024.02.22 18:00
수정
2024.02.22 18:4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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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
향후 금리는 "내릴 수도" 소수의견
"소비 부진에 물가 압력 약화할 것"

20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이란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부에서는 '소비 부진에 따른 물가 상승률 둔화에 대비해 조기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왔다.

22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통방)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부터 9연속 동결이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대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에 대한 확신은 강해졌지만, 대내외 여건을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는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정해졌지만,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에 대해 주목할 만한 소수의견이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분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 물가 압력 약화가 예상되고 내수 부진도 사전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 금리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내수 부진 예상보다 심각, 성장률 0.1% 낮출 것"

2024년 경제 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변화. 가로축은 전망 시점. 그래픽=박구원 기자

2024년 경제 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변화. 가로축은 전망 시점.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은이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을 1.6%로 지난해 11월 전망 대비 0.3%포인트 낮춘 것이 소수의견의 배경이 됐다.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에 지갑을 닫는 정도가 예상보다 더 크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한은은 식료품·석유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 연간 전망도 2.3%에서 2.2%로 낮췄는데, 이 역시 민간소비 둔화 때문이다. 또 민간소비와 각종 투자를 합친 내수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도 1.7%에서 1.6%로 낮아졌다.

다만 주요 수출국인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세가 소비 둔화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연간 성장률 전망은 2.1%로 유지했다. 더불어 고물가, 고금리 부담이 완화하는 하반기에는 소비도 차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 내 금리인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 및 향후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 및 향후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소수의견은 한은의 금리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이후 첫 '금리인하 포워드 가이던스1'라는 점에서 시장 주목을 받았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늘 미국에서 15% 확률로 인상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반면, 한국은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비둘기파적(완화적)으로 해석됐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나머지 다섯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2%)보다 높고 불확실성이 커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은은 전체 연간 물가 상승률의 2.6% 전망을 유지했다. 이 총재도 "통화정책은 전체 물가 수준과 전체 GDP 성장률을 본다"며 "기본적인(전반적인) 전망 변화가 없기 때문에 상반기 내 금리인하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리 정책을 잘못해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보고 금리 결정은 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도 반복하며 소수의견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 포워드 가이던스
중앙은행이 경제상황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선제적 통화정책 지침.
윤주영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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