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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닫고, 온실가스 놔두고, 빚 까고…’ 바이든식 ‘표퓰리즘’ 노골화

입력
2024.02.22 16: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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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이민 여론에 강경책 추진 가능성
노조 달래려 전기차 전환 늦추기로
학비 대출 탕감도 예정보다 서둘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의 컬버 시티 줄리언 딕슨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학자금 대출 탕감 지속 의지를 확인했다. 컬버 시티=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의 컬버 시티 줄리언 딕슨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학자금 대출 탕감 지속 의지를 확인했다. 컬버 시티=AP 연합뉴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이 다가오자 유권자 비위를 맞추느라 하나둘 소신을 접고 있다. 열어 뒀던 국경을 도로 닫고, 강하게 밀어붙이던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느슨하게 풀어 주는 식이다.

“행정명령으로 망명 제한”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온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행정 조치를 백악관이 고려하고 있다”며 “논란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조치를 떠올리게 만드는 계책”이라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아이디어를 빌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망명 신청자가 불법 월경자일 경우 다시 국경 밖으로 쫓아낸다는 게 조치의 핵심이다. 기존 이민법과 국적법의 일부 조문을 활용해 적법 서류 없이 입국한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되, 특정 기간 내 불법 입국자가 일정 숫자에 도달했을 때 규제가 발효되도록 하는 방안이 해당 조치에 포함돼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이 방안은 이달 초 상원 여야 협상팀에 의해 마련된 안보 패키지 예산안 내용과 비슷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2년째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도울 예산을 서둘러 확보할 요량으로 의회에 협조를 부탁했고, 민주당이 공화당의 국경 통제 강화 입법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그러나 국경 위기를 대선 때까지 끌고 가며 현 정부 실정을 공격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 개입하며 예산안 처리가 불발됐다.

실제 지난해 말 하루 1만 명을 넘을 정도로 불법 이민자가 크게 늘고 여론이 동요하면서 이민 정책 난맥상이 바이든 대통령 재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상태다. 이르면 다음 달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전에 정책이 발표될 수 있다고 폴리티코가 전한 배경이다. 악시오스는 “행정명령은 의회 승인이 필요 없다”고 짚었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등 배타적 반(反)이민 정책을 추구한 전임자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인도주의적인 이민 정책을 표방해 왔다. CNN은 “백악관이 검토 중인 조치는 공화당 기준에서도 가장 강경한 축에 속한다”며 “선거일을 앞두고 국경 안보에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게 백악관 의도”라고 설명했다.

기후 대응엔 소극적, 청년 구애엔 적극적

2022년 9월 14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2022 북미 오토쇼' 행사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에게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모델인 쉐보레 실버라도 EV를 보여주고 있다. 디트로이트=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 9월 14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2022 북미 오토쇼' 행사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에게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모델인 쉐보레 실버라도 EV를 보여주고 있다. 디트로이트=로이터 연합뉴스

노골적인 ‘표(票)퓰리즘’ 행보는 이뿐 아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을 붙잡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분석했다. 기준을 맞추려면 가스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그런 만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이들의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잇단 학자금 대출 탕감 역시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5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 규모의 학비 대출 탕감 방안을 승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다시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삭감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부채 탕감 프로그램인 ‘SAVE’에 등록된 15만3,000명이 이번 승인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예상했다.

SAVE 프로그램 가동은 원래 계획보다 당겨진 것이다. 미국 교육부가 당초 구상한 탕감 시작 시기는 7월이었지만, 5개월 이른 이달 수혜 대상 확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탈 조짐을 보이는 중산층 이하 청년을 겨냥한 정책 집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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