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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뀌고 근거 공격 이어지고... 의정 갈등 중심에 선 숫자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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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 집단 사직과 그로 인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며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연구를 참고해 내린 정책적 결정"이라고 강조하지만 의사단체들은 "근거가 빈약하다"며 반박한다. 지난해 말 증원 수요조사 때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을 요청했던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은 "무리한 증원 규모였다"며 입장을 번복해 혼돈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인원에 타협은 없다고 못박고, 의사들은 증원 논리를 허물기 위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2,000'이란 숫자가 의정(醫政) 갈등의 향방을 가를 핵심 키워드가 됐다.
21일 오전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 브리핑에서 박민수 2차관은 정책 판단에 참고한 연구보고서 3건의 핵심을 요약하며 재차 2,000명 증원 이유를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들은 2020년 나온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의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지난해 6월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의사 인력 전망'이다.
박 차관은 "보사연은 한 해 의사 진료일을 공휴일 제외 265일로 계산하고 환자 진료량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해 2035년 의사 9,654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며 "KDI는 장래인구추계와 연령별 의료이용량을 토대로 미래 총 의료수요를 계산한 뒤 의사의 연령별 이탈률을 적용해 2035년 1만650명, 2050년 2만2,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연구는 과거 추이를 토대로 2035년 1만816명, 2050년 2만6,570명이 부족하다고 산출했다. 박 차관은 "세 연구에서 의사의 근로시간 축소, 새로운 수요 증가 경향 등을 반영하면 필요한 의사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날 밤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세 보고서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서울대 연구는 의사 인력 증원보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강조했고, KDI 보고서는 의대 정원을 연간 5%씩 총 4,500명까지 늘리는 것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가장 적절한 시나리오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사연 연구책임자도 1,000명씩 10년 늘리는 방안도 있는데 2,000명 증원은 너무 과감한 변화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홍 교수 역시 문제가 많은 의료 시스템을 고친 뒤 의대 증원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2,000명이란 어처구니없는 숫자를 발표해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의대 학장단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는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대학별로 취합해 의대 증원의 주요 근거로 삼은 수요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의대협은 이달 19일 "각 대학(원)의 여건에 비춰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의대협이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 반영할 증원 규모로 다시 제안한 인원은 350명으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정 합의로 줄였던 의대 정원을 도로 회복하는 수준이다.
계속된 논란에도 복지부는 연구보고서 및 다양한 의료단체 의견 수렴 등을 거친 정책 결정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전날 국무회의에서 "2,000명은 최소 증원이고, 타협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이날 중수본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2,000명도 부족하는 판단"이라며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을 줄이기 위해 그것을 협상한다는 것은 전제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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