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장거리 미사일? 포탄 100만 발?… 서방 ‘구두선’에 속 타는 우크라이나

입력
2024.02.20 16:30
구독

미국, 지원 결정하고도 예산 막혀 보류
생산력 달리는 EU는 약속 물량 절반만
젤렌스키 “무기 부족에 전방 상황 극악”

미국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 자택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 자택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주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장거리 미사일도, 유럽연합(EU)이 올 1분기까지 다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포탄 100만 발도 제때 받기는 틀린 것 같다. 무기가 모자라면 전선에서 러시아에 밀릴 수밖에 없다. 실속 없는 서방의 구두선에 속이 타들어 가는 우크라이나 얘기다.

덴마크, EU에 “생산 부족은 핑계”

미국 NBC방송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버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에 따르면 후방의 러시아 군수 시설과 병참선을 타격할 수 있도록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 우크라이나가 누차 요청했으나 확전을 우려한 미국은 그동안 난색을 보여 왔다.

하지만 행정부의 전향만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원에는 예산이 필수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 상원을 통과한 950억 달러(약 127조 원) 규모의 예산안이 하원에 막힌 상태다. 다수당인 공화당이 지원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줄어든 비축량을 충당할 예산을 확보하기 전에는 ATACMS 제공이 힘들 것이라고 국방부 당국자들이 NBC에 설명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과 우리의 의무로부터 도망치지 말라”며 공화당에 재차 협조를 요구했으나 낙관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로선 포탄을 공급받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일단 3월 말까지 155㎜ 포탄 100만 발을 지원하겠다는 EU의 공약이 이행될 수 없게 됐다. 기한 내에는 절반 수준만 전달되리라는 게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의 전언이다. 생산 능력 한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최근 자국 내 포대 전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밝힌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당장 필요 없는 탄약이 있는 만큼 생산량 부족은 핑계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우, 제공할 준비가 된 탄약은 있으나 미사일처럼 예산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할 만큼 한 제재를 또? 엄포 가능성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하르키우주 요충지 쿠피안스크를 방문해 한 군인과 악수하고 있다. 쿠피안스크=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하르키우주 요충지 쿠피안스크를 방문해 한 군인과 악수하고 있다. 쿠피안스크=AP 뉴시스

갈수록 짙어지는 열세에 우크라이나는 죽을 맛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일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예비군을 집결시킨 최전선 여러 곳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다”며 우크라이나가 포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최전방 대공 방어 능력과 장거리 무기도 충분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지원 지연의 이득을 러시아군이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연합군연구소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이날 미국 시사주간 타임 기고에서 “유럽의 생산력 부족과 맞물린 미국의 정치적 교착이 우크라이나를 재앙적인 탄약 고갈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를 돕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거나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우크라이나 원조와 병행할 만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압박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는 미지수다. 중국의 경고대로 ‘탈중국’ 시도는 미국 등 서방에 부메랑이 될 수 있고, 대러시아 제재의 실효성도 우크라이나 침공 뒤 2년간 이미 대부분 소진된 탓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