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시작되나... 전공의 사직에 대학병원 수술 축소·연기

입력
2024.02.16 20:10
수정
2024.02.1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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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및 강남 세브란스, 수술 축소 논의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해 집단 사직을 예고하면서 수술 일정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공의 약 80%가 파업에 참여해 의료 현장이 마비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때처럼 '의료대란'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후 긴급공지를 통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실제로 진행되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는 내용을 내부에 전달했다. 특히 마취통증의학과는 평소 대비 약 50% 미만의 수준으로만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취는 대부분의 수술에 필수적인 절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수술 축소 및 취소가 불가피한 것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측은 이날 늦은 오후 긴급회의를 통해 수술 축소나 환자 전원 등을 논의해 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병원은 우선 19일 수술 예정 환자 중 연기가 가능한 환자 명단을 취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가 세부 전공을 마치고 떠나는 시기라는 점과 겹쳐서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역시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이 실제 병원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20일엔 응급수술만 진행하겠다고 의료진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에는 전체 23개 수술실 중 4곳만 운영할 계획이다. 21일 이후부터는 의료진을 정비해 10개 수술실을 축소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당분간은 수술뿐만 아니라 입원도 사정이 안 돼 일부 과에선 입원을 안 받고 외래 진료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들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대비해 환자들의 수술과 입원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사직을) 말린다고 말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진료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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