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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의혹 벗은 바이든, 내달 형사법정 서는 트럼프... 엇갈린 희비

입력
2024.02.17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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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우크라 뇌물 의혹' 제기한 정보원
FBI에 거짓 진술 혐의로 기소… 뇌관 덜어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재판, 내달 말 시작
4월 말~5월 초 종료… "사법리스크 현실화"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당에서 차남 헌터 바이든(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당에서 차남 헌터 바이든(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오는 11월 대선에서 다시 한번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률적 리스크’와 관련해 희비가 엇갈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부터 따라다닌 ‘차남 취업 뇌물’ 의혹을 털어냈다. 이를 제기했던 핵심 인물을 특별검사가 15일(현지시간) 거짓 진술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됐다. ‘대선 이후로 재판을 미뤄 달라’는 그의 요구를 담당 재판부가 결국 기각한 탓이다. 총 4건, 무려 91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비로소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바이든 탄핵 조사 추진한 공화엔 뼈아픈 타격"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데이비드 웨이스 특검은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의 정보원이었던 알렉산더 스미르노프(43)를 허위 진술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주도 하원의 탄핵 조사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스미르노프의 증언은 결국 거짓말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자신과 부친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자신과 부친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문제가 된 진술은 스미르노프가 2020년 FBI에 했던 “2015년 또는 2016년 우크라이나 기업 부리스마가 바이든과 (이 회사 이사로 채용된) 차남 헌터에게 약 500만 달러를 건넸다”는 발언이다. 2009~2017년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차남 취업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뇌물까지 받았다는 의미였다.

당시 FBI는 진술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3년 뒤 이는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7월 공화당 의원들이 FBI 수사 보고서를 입수해 폭로한 것이다. 헌터의 부리스마 취업 사실은 2019년부터 알려졌으나, 바이든 대통령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었다. 이에 힘입어 공화당은 같은 해 12월 하원에서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스미르노프 기소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잠재적 뇌관’ 하나를 덜어내게 됐다. 특검은 스미르노프의 진술이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틀렸다고 봤다. 한국에선 수사 단계의 허위 진술은 기소할 수 없지만, 미국에선 이를 사법방해로 보고 처벌한다. WP는 “이번 기소는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엄중한 질책이나 다름없다”고 짚었다. NYT도 “바이든 탄핵을 추진하던 공화당엔 뼈아픈 좌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헌터의 뇌물수수 혐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민사 사기 재판에 참석해 있다. 맨해튼=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민사 사기 재판에 참석해 있다. 맨해튼=AP 연합뉴스

트럼프, 3·25 첫 형사재판 … '검사 사생활 논란'은 호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형사 재판 날짜는 다음 달 25일로 확정됐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 성관계를 맺었던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입을 막기 위한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 문서를 조작한 혐의와 관련,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되는 셈이다. 이날 후안 머천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판사는 “(재판 연기 요청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요구를 일축했다. 로이터통신은 “재판은 5, 6주간 지속될 수 있고, 4월 말 또는 5월 초 종료될 예정”이라며 “트럼프의 법률 리스크가 대선을 앞두고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호재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형사 기소 4건 중 가장 심각한 ‘대선 전복 시도' 사건 재판이 기소를 결정한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사장과 특검의 ‘사생활 논란’에 휘청대고 있다. “패니 윌리스 검사장과 네이선 웨이드 특검이 내연 관계라, 특검의 중립성이 훼손됐다. 기소가 철회돼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에 이날 재판부가 윌리스 검사장을 법정에 세운 것이다. NYT는 “혐의를 제기한 검사들이 되레 법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에게 심문을 받았다. 이 사건의 놀라운 전환점”이라고 짚었다.

"바이든 '기억력 보고서' 두고 백악관-법무부 충돌"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보고서’ 논란이 이어지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엔 유리한 대목이다. NYT는 “8일 로버트 허 특검이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 혐의 수사 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기억력 언급 부분을 두고 백악관과 법무부가 크게 충돌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법무부 정책과 관행을 노골적으로 위반했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법무부는 “(바이든의 기억력에 대한) 확인된 발언은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 기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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