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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만 바꿨을 뿐인데 ‘빙글빙글’… 이석증, 1년 내 30% 재발

입력
2024.02.18 10:30
수정
2024.02.19 17:5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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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50~60대 여성 환자가 이석증 환자의 35% 차지

어지러움증이 주증상인 이석증 환자의 70% 정도가 여성이고, 이 중 절반가량이 50~60대 여성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어지러움증이 주증상인 이석증 환자의 70% 정도가 여성이고, 이 중 절반가량이 50~60대 여성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김모(56·여)씨는 잠자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럽고 구역질까지 나서 주저앉고 말았다. 어지러운 증상은 1분도 되지 않아 멈췄다. 김씨는 평소 두통이 있었던 터라 일시적인 빈혈이나 저혈압 때문으로 여겼다. 하지만 며칠 뒤에는 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만 바꾸어도 심하게 어지럽고 구역질과 구토까지 생겨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이석증(耳石症·otolithiasis)’ 진단을 받았다.

어지럼증은 이처럼 ‘귀’의 이상 때문에 발생할 때가 많다.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전체 어지럼증의 40%는 내이(內耳) 전정(前庭)기관 이상으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정 기능 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8년 102만8,058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선 뒤 2022년엔 114만9,215명을 기록, 4년 새 11.8%가 증가했다. 이석증 환자의 70% 정도는 여성이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50~60대 여성이다.

◇아침 기상할 때 많이 발생

이석증은 귓속에서 평형을 유지하게 만드는 돌(otolith·모래알보다 작은 먼지 크기의 칼슘 부스러기)이 ‘난형낭(내이에 있는 평형 기관)’에서 떨어져 나와 몸 회전을 느끼는 3개의 반고리관(앞반고리관, 옆반고리관, 뒷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은 자세를 바꿀 때 주변이나 본인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과 구역, 구토 등이 대표적이다. 증상은 보통 며칠 안에 사라지지만, 고령인은 어지럼증으로 인해 낙상하기도 한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거나 침대에서 몸을 돌릴 때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을 많이 호소하지만 심하면 구토·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코끼리 코를 하고 10번 돌고 난 직후의 느낌’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며 느낀 극심한 어지럼증’ 등으로 통증을 표현한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보통 1분이면 사라진다. 그러나 세반고리관 안은 점도가 높은 젤 같은 물로 가득 차 있는데 여기에 이석이 달라붙거나 하면 어지럼증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익성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석증은 대부분 한쪽으로 누웠을 때 증상이 더 심하다”며 “어지럼증을 덜 느끼는 쪽으로 누워 있는 것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석증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 이석은 나이 들면서 작고 약해지므로 고령일수록,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생긴다. 여성이 남성보다 칼슘 대사가 취약하고, 특히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 변화로 칼슘 대사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증은 비타민 D와 관련이 깊어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과 봄에 많이 발생한다. 또한 머리를 다친 적이 있거나 전정신경염ㆍ메니에르병 등 내이(內耳) 질환을 앓아도 흔히 나타난다.

대한평형의학회가 주관한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이석증 환자의 15% 정도가 머리 외상이나 내이 질환이 있었으면 2차적으로 이석증이 발생했다.

◇이석 제자리 되돌려 놓아 치료

이석증은 ‘체위성 안진(眼震·눈 떨림)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특정 자세에서만 안구가 일정한 방향으로 떨리는 체위성 안진 방향을 통해 이석이 어떤 반고리관에 들어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드물지만 소뇌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초기 증상이 이석증과 비슷할 수 있으므로 소뇌 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소견이 없는지 반드시 진찰로 확인해야 한다.

이석증이 급성기이거나 심하게 어지러우면 약이나 이석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 ‘이석정복술(耳石整復術)’로 치료한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1년 이내 30% 정도가 재발한다”며 “하지만 이석정복술로 대부분 쉽게 치료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의 내림프액 속에 흘러 다니는 이석 입자를 제자리인 난형낭 쪽으로 되돌려놓는 방법이다. 환자 몸과 머리를 방향과 각도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주는 치료다. 15분 정도로 치료 시간이 짧고 통증이 없지만 시술 도중 어지러울 수 있다. 2~3회 치료하면 90% 정도 치료된다.

이석은 언제든지 반고리관으로 다시 나올 수 있으므로 재발이 잦다. 따라서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고개를 심하게 돌리거나 젖히지 말고 △진동이 심한 놀이공원 기구 타기 등을 삼가야 한다.

자가 치료법으로는 ‘이석 습관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천장을 보면서 한쪽으로 눕는다. 천장을 보면서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일어나고 반대편을 보고 다시 천장을 보면서 불순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30초에서 1분 기다린 뒤 다시 일어난다. 이를 아침저녁으로 10회 정도 시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석증 진단 후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무조건 재발한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어지럼증이 몇십 분 이상 계속되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거나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 질환자라면 뇌혈관 질환 가능성을 생각해 응급실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한편 혈액 속에 부족한 비타민 D 농도를 채워주면 이석증 재발 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2013~2017년 5년간 1,050명의 이석증 환자를 비타민 D 실험군(518명)과 대조군(532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1년간 재발 빈도를 비교한 뒤 국제 학술지 ‘신경학저널(Neurology)’에 게재한 연구 결과다.

실험군 중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20ng/mL 이하로 낮은 348명은 1년 동안 비타민 D 400IU와 칼슘 500㎎을 매일 2회 섭취하도록 했고, 대조군은 일반적인 치료를 하며 경과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대조군에서는 재발 빈도가 1.10에 달한 반면 비타민 D를 섭취한 실험군에서는 0.83에 그쳐 비타민 D를 보충하면 이석증 재발 빈도가 27% 감소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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