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고장 난 피아노 연주 라이브 앨범이 세계서 가장 많이 팔린 이유

입력
2024.02.16 17: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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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라말링검 '업시프트'

살아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전설, 키스 재럿이 서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그는 1975년 독일 쾰른 오페라우스에서 열린 공연에서 서서 연주했다. 페달이 고장 난 피아노 연주 소리를 객석 끝까지 들리게 하려고 타건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재럿 홈페이지 캡처

살아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전설, 키스 재럿이 서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그는 1975년 독일 쾰른 오페라우스에서 열린 공연에서 서서 연주했다. 페달이 고장 난 피아노 연주 소리를 객석 끝까지 들리게 하려고 타건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재럿 홈페이지 캡처

1975년 1월 독일 쾰른 오페라우스에서 열린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 공연은 무산될 뻔했다. 재럿이 연주를 거부했다. 공연 준비가 엉망이었다. 피아노 페달은 고장 났고 고음과 저음을 책임지는 좌·우 건반도 제소리를 내지 못했다. 최악의 환경에서 그는 공연했다. 대신 다른 연주 방식을 택했다. 고장 나지 않은 중간 건반들 위주로 즉흥 연주를 했다. 재즈 피아노 역사에서 이 라이브 실황보다 많이 팔린 음반은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 새 연주를 선보인 결과다.

벤 라말링검 지음·김미정 옮김·흐름출판 발행·360쪽·2만1,000원

벤 라말링검 지음·김미정 옮김·흐름출판 발행·360쪽·2만1,000원

'업시프트'는 이처럼 스트레스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을 하든 스트레스를 피하기 어려우니 압박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라는 것. '스트레스를 의도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생각의 전환으로 삶의 의미를 끌어올리는 것'을 책은 업시프트라고 부른다. 20여 년 동안 재난 현장에서 일한 위기관리 전문가인 저자 벤 라말링검은 스트레스의 생산적 활용에 중요한 요소로 세 가지를 꼽는다. 괴로운 상황을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과 위기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독창성', 가치를 끝까지 탐구하는 '목적의식'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환경 위기를 새 과제로 받아들여(사고방식의 전환), 세계 시민사회의 연대라는 해법 제시를 통해(독창성 발휘) 지속가능한 미래의 중요성을 환기했다(목적의식 강조)는 점에서 업시프트의 성공 사례다.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시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글래스고=AP 연합뉴스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시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글래스고=AP 연합뉴스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로 겪게 될 불편을 더 나은 출·퇴근길 경로를 찾기 위한 계기로 활용하는 게 업시프트의 시작. 긍정 심리학의 과잉적 해석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돌발 위기가 속출하는 불확성 시대에 적절한 탐구서이기도 하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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