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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점점점 판결문, 쉽게 쓸 수 없을까요...현직 판사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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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점점점 판결문'이라 한다. 법정은 나의 선의와 상대의 악의를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장소다. 그래서 판결문은 대개 '~라는 점, ~라는 점, ~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렇게 결론 내리는 게 맞다'는 형식이다.
복잡한 사건일수록 '점점점'은 한정 없이 길어진다. 그 때문에 딱딱하고 어렵다고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치열한 싸움이니 판사는 감정을 숨겨야 한다. 감정 자체가 일종의 '편향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판사들이 '그래도 제일 정확한 건 점점점 판결문'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현직 대법원 재판연구관인 손호영 판사가 법정 안팎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낸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은 좀 더 다르게, 그러니까 좀 더 쉽게 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지 리드(easy read) 판결문 사례는 그 때문에 와닿는다. 지난해 청각장애인에게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라고 쓴 판결문이 나왔다.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통해 재판을 이해해야 한다. 복잡한 법정 용어 때문에 더 힘들었던지, 쉬운 말로 해달라 요청했다. 판사가 이를 받아들였다. '원고 패소'라는 말을 풀어썼을 뿐 아니라, 판결문에 아예 '쉬운 말로 요약한 판결문의 내용'이란 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지 리드란 문해력이 낮은 이들을 위해 쉽게 쓰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진이나 그림 같은 것도 넣어 설명한 문서를 의미한다. 이 사례를 계기로 법원도 이지 리드 판결문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저자의 말처럼 판결이 설득을 위한 것이라면, 당사자들을 이해시키는 건 필수다. 진작에 시작됐어야 할 고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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