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는 듯 손흥민·이강인 불화 인정한 축구협회... 시선 분산·책임 회피 노렸나

입력
2024.02.14 17:53
수정
2024.02.14 18:50

선수 보호해야 할 협회, 외신 보도 후 빠르게 '불화 인정'
시선 분산, 책임 회피 아니냐는 비판 존재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앞에서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앞에서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 전날,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과의 마찰이 있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KFA)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인정했다. 이를 두고 축구협회가 책임 회피를 위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다.

지난 7일(한국시간) 아시안컵 4강에서 한국 대표팀이 요르단에 0-2로 완패한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퇴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축구협회 ‘경기인 출신’ 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놓고 자유 토론을 펼쳤고, ‘감독 경질’로 가닥이 잡혔다. 그런데 14일 영국 대중지 더 선에서 “손흥민이 아시안컵 탈락 전날 팀 동료와 몸싸움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두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도하=뉴스1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두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도하=뉴스1

보도가 나오고 불과 한시간여만에 축구협회는 이를 재빠르게 인정했다. 이후 일부 선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물론 선수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대회 기간 내부 결속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직접적인 패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축구 팬들은 '불화'만큼이나 축구협회의 재빠른 '불화설 인정'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선수를 보호해야 할 협회가 '불화설'을 곧이 곧대로 인정하는 태도는 그들의 '의무'를 져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방패 삼아 자신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막으려고 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보도한 더 선이라는 매체는 '가짜 뉴스' 제조로 유명한 만큼, 협회의 대응에 따라 '가십거리' 정도로 묻힐 수도 있었다.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궁지에 몰린 협회가 비난의 시선을 선수들에게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온다.

이외에도 축구 팬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영국의 외신 기자에게 해당 내용이 어떻게 새어나갔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의문을 품고 있다.

실제로 영국 현지에서는 같은 기간 진행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비중있게 다뤘지, 아직까지 '축구 변방'에 속하는 아시아의 대륙컵인 아시안컵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해당 기사를 작성한 시몬 라이스는 축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가 아니다. 그가 작성한 기사에는 복싱, F1, 테니스 등의 종목이 많으며 축구 관련 기사도 특정 선수의 이적설이나 경기장 내 팬들 사이의 다툼 등 '이슈'를 중점적으로 작성했다. 축구 팬들의 의문이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 클린스만호는 최악의 부진 끝에 요르단에 완패하며 4강에서 짐을 쌌다. 무전술 논란과 돌연 미국행으로 인해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정몽규 회장이 임원 회의에도 ‘노쇼’를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자 축구팬들의 분노는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선수들이 불화설까지 터진 것이다. 선수들 간의 불화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번 아시안컵 탈락의 책임이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에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선수단 내부 관리를 제대로 못한 '클린스만 리더십'의 문제가 더욱 도드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건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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