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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전략 부재에 손흥민-이강인 멱살잡이까지… 뒤탈 끊이지 않는 아시안컵

입력
2024.02.14 16:57
수정
2024.02.14 18: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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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강인과 몸싸움 벌이다 손가락 부상
클린스만 감독, 몸싸움 당시 보고도 방관
선수 개개인 탓보단 감독, 축협 등 나서야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는 손흥민(맨 왼쪽)과 이강인(오른쪽 두 번째). 알라얀(카타르)=연합뉴스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는 손흥민(맨 왼쪽)과 이강인(오른쪽 두 번째). 알라얀(카타르)=연합뉴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 후폭풍이 거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 확산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책임론에 이어 팀 핵심인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선수들 간 물리적 충돌로 내부 조직력까지 무너진 정황이 드러나 축구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영국 매체 '더선'은 14일 "손흥민이 아시안컵 탈락 전날 팀 동료와 몸싸움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더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강인 등 몇몇 젊은 선수들이 탁구를 치기 위해 식사를 빨리 마치고 일어나자 식사 자리를 단합의 의미로 여긴 손흥민이 다시 와서 앉으라고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무례한 발언을 해 식사 자리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더선에 따르면 손흥민은 다툼을 진정시키려다 손가락을 다쳤다.

2023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손가락에 테이핑한 손흥민 모습. 연합뉴스

2023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손가락에 테이핑한 손흥민 모습. 연합뉴스

멱살잡이 등 물리적 충돌... 선발 명단 제외 요구하기도

대한축구협회 측은 이례적으로 선수 간 갈등을 신속하게 인정했다. 준결승 전날 저녁 식사 후 과하게 탁구를 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손흥민이 '자중하라'며 질타했고, 이강인이 이에 맞받아치는 과정에서 두 사람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고, 이강인은 이에 강하게 대응하는 등 주먹다짐 직전까지 갈 정도로 거칠게 맞붙었다.

아시안컵 대표팀 소속 A선수 역시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표팀 내에서 갈등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일부 선수가 욕을 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식사 자리에 함께 있던 클린스만 감독은 사건 당시에는 개입하지 않고, 추후 두 선수를 불러 자초지종을 확인한 뒤 화해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고참 선수들은 사건 직후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을 명단에서 제외해달라 요구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강인은 요르단전에 선발 출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직후 자신의 SNS에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팀이 단합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 대 대한민국의 경기가 요르단의 2:0으로 승리로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이강인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알라얀(카타르)=뉴시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 대 대한민국의 경기가 요르단의 2:0으로 승리로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이강인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알라얀(카타르)=뉴시스


졸전 거듭한 아시안컵... 종료 후에도 잡음 끊이지 않아

이번 아시안컵은 경기 중에는 물론, 경기 후에도 유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럽 5대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음에도 약팀을 상대로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데다 훈련 도중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허술함도 내비쳤다. 전술만 없었던 게 아니라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선수들 간 불화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축구협회는 그간 대표팀 소식을 영상으로 전하는 '인사이드캠'이나 각종 훈련 사진 등을 통해 팀 내 분위기가 최상임을 강조했지만, 정작 훈련장에선 불화가 감지되고 있었다. 실제 이번 대회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해외파 공격수가 자신에게 강하게 몸싸움을 걸어오는 국내파 수비수에게 불만을 품고 공을 강하게 차며 화풀이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선수들은 고개 숙여 사과하는데... 감독은 떠나고, 축협은 몸 사려

문제는 이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이다. 손흥민, 이강인 등 주요 선수들은 아시안컵 4강 탈락 후 제각기 "내 탓"이라며 인터뷰에서 고개를 숙였고, SNS를 통해서도 줄곧 사죄와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 사안의 전반적인 책임을 짊어져야 할 감독과 축구협회는 정작 꽁무니를 빼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에 대한 질타에도 불구하고 귀국 후 단 이틀 만에 미국으로 출국했다. 축구협회도 정 회장이 이례적으로 정례회의에 불참하며 책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클린스만 경질 사유를 두고 ‘무색무취’ 전술과 업무 태도뿐만 아니라 대표팀 내부 균열을 가장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팀 단합이 무너진 데 결정적인 책임은 선수단을 관리해야 하는 감독과 축구협회에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축구협회가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 불화설을 흘리고 이례적으로 이를 서둘러 인정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축구협회는 15일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 정 회장 등 집행부는 전력강화위원회 평가를 참고해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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