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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들지 않은 파업 불씨... "진료 멈출라" 환자들은 노심초사

입력
2024.02.13 17:09
수정
2024.02.13 18: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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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무산에 종합병원 환자들 안도
"환자 생명 볼모 파업 지지 어려워"

13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의사가 없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남편이 발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실을 찾은 박모(60)씨는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일부 의사단체가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며칠째 맘을 졸인 터였다. 박씨는 "요즘 의사가 부족해 응급실이나 소아과에서 진료 보기가 힘들다는데, 파업까지 했다면 남편도 어찌 됐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의대 정원 확대안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즉각적인 집단행동 계획을 유보하면서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86.5%가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이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아직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이날 오전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4곳을 둘러본 결과, 파업이 미뤄진 탓인지 평소처럼 차분한 분위기였다. 병원 측과 환자들 말을 들어보니 방문객도 별반 차이가 없었고 파업 관련 문의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별로 파업 돌입 시 어느 정도 대책은 마련한 상태"라면서도 "아직 단체행동 계획이 결정되지 않아 평소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업 우려가 완전히 수그러든 건 아니었다. 암 수술 관련 CT 촬영차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70대 이모씨는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가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질까 봐 오는 내내 걱정했다"며 "파업 철회 여부가 확정돼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수술을 받은 아들과 함께 구로구 고려대구로병원을 방문한 김모(59)씨는 "정기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는데 혹여 파업이 현실화하면 진료 날짜가 연기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환자 대부분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서울성모병원 암센터에서 만난 박대기(55)씨는 "파업을 하면 환자만 피해를 본다"면서 "의사 집단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같은 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를 찾은 홍모(49)씨도 "의사들이 이익을 지키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환자를 볼모로 삼는 파업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전협은 전날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집단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파업 여부를 두고 새벽까지 진행된 토론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세운 기자
이유진 기자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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