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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 장사'에 나토 발칵… "한국전쟁 같은 상황 재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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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대선을 통해 재집권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안보 장사'가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비용을 제대로 안 내면 미국은 돕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 더해 '동맹에 대한 적대국의 무력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던진 것이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은 또 다른 전쟁을 부르는 자극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재임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나토의 한 회원국 정상과 나눴다는 대화를 소개했다. 해당 인사가 '국방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리를 공격하면 미국은 우리를 보호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자신은 "보호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 러시아가 내키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게 골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제 집권 당시에도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미국에 '안보 무임 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를 방위비로 분담할 것을 권고하는데,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나토 회원국 29곳 중 10개국만 이를 따랐다. 그는 이를 채권채무 관계로 보면서 '미국의 나토 탈퇴'도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서방은 발칵 뒤집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질타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무모한 발언으로, 러시아에만 도움이 될 뿐"(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미국 대선에 의존해 우리 안보를 두고 4년마다 동전 던지기를 할 순 없다"(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 등 비판이 쏟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대통령직을 맡는 사람은 군 통수권자의 직무라는 책임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미국 유력 대선주자의 발언이 그 자체로 나토 위상에 균열을 낸다는 점이다. 나토는 미국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미국은 지난해 국방비로 GDP 3.4%인 8,600억 달러(약 1,146조 원)를 지출했는데, 이는 다른 회원국 지출액을 합친 금액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나토에 대한 위협은 곧 미국과 상호 군사 협력을 맺은 한국 같은 국가에도 위험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때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더 거칠어진 안보관'이 '더 위험한 시기'에 등장한 건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 독려'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언급은 기존의 안보 무임 승차론과는 차원이 다르다. 두 개의 전쟁이 지속될 동력은 물론, 또 다른 전쟁 발발 위험을 키우는 탓이다. 심지어 미국의 동맹국을 적성국의 무력 위협에도 노출시킨다. NYT는 "우방보다 적을 편드는 것으로, 트럼프 당선 시 세계 질서가 대폭 바뀔 것임을 예고한 발언"이라며 "1950년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애치슨 라인'(한국을 뺀 극동 방위선)을 발표한 지 5개월 후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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