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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러에 나토 침공 독려' 트럼프에 화들짝… 바이든 "끔찍·위험한 발언"

입력
2024.02.12 09:10
수정
2024.02.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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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원하는 것 하도록 독려할 것"
유럽 강하게 반발 "미국·유럽 위험에 빠트려"
바이든도 "대통령 책임 무겁게 여겨야"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뉴욕 맨해튼의 자택을 나서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뉴욕 맨해튼의 자택을 나서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유력 후보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에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적절한 규모의 방위비를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탓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나토의 안보를 위협하는 무모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끔찍한 발언"이라며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미 대선 때마다 EU 안보 동전 던지기 해야 하나"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에는 단결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언급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힘을 실어준 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며 "EU가 국방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그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적었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프랑스 LCI TV 인터뷰에서 "미 대선에 의존해 우리 안보를 두고 4년마다 동전 던지기를 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드미트로 쿨레바(오른쪽)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드미트로 쿨레바(오른쪽)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뉴시스

문제의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콘웨이 유세에서 나토와의 방위비 분담금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던 중 나왔다. 그는 과거 나토 관계자들과 했던 회의를 소개하면서 "나는 '러시아가 나토를 침략하면 우리가 돈(방위비)을 내지 않아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인가'라는 나토 관계자의 질문에 '결코 아니다'라고 답했다"며 "(오히려) 그들(러시아)에게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모조리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트럼프, 러시아 침공 독려 분명히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선거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선거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나토 회원국의 '무임승차'를 문제 삼으며 방위비 추가 분담을 강하게 요구해 나토와 갈등을 빚었다. '미국의 나토 탈퇴'를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나토 31개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2% 이상 국방비 지출'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미국과 영국 등 11개국만 이를 지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직의 책임을 가볍게 여긴 언급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 상대인 트럼프가 자신이 다시 집권하고 러시아가 우리 나토 동맹들을 공격하면 동맹들을 버리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모조리 하도록 두겠다는 발언을 분명히 했다"며 "군 통수권자로서의 직무는 (대통령의) 궁극적인 책임이고, 대통령직을 맡는 사람들은 이 책임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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