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자유의 여신상 테러 음모의 진실(?)

2.16 '영웅' 레이먼드 우드의 유서 -1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모습. 위키피디아 캡처

1965년 2월 17일 미 연방수사국(FBI)과 뉴욕 경찰이 만 27세 캐나다 퀘벡 분리주의단체 여성 조직원 미셸 뒤클로(Michelle Duclos)와 미국 흑인 무장단체 흑인해방전선(BLF) 리더 로버트 스틸 콜리어 등 세 명을 테러 미수혐의로 체포하고 다량의 다이너마이트를 압수했다. 흑인 인권 현실을 고발하고자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폭파하려 했다는 혐의였다.

경찰에 따르면 콜리어는 1964년 쿠바를 여행하며 퀘벡 분리주의단체 조직원과 인연을 맺고, 귀국 직후 BLF를 조직했다. 그들은 여신상 출입구 열쇠를 입수한 뒤 내부로 진입, 다이너마이트로 여신상의 머리와 팔을 폭파하기로 하고 뒤클로를 통해 폭발물을 입수했다. 그들은 워싱턴DC기념탑과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도 폭파하려 했다고 경찰 당국은 발표했다.

그 음모는 레이먼드 우드(Raymond A. Wood)라는 한 흑인 경찰의 위장 잠입수사로 드러났다. 우드는 영웅으로 떠받들리며 특진과 함께 형사로 채용됐고 범인들은 연방범죄 혐의로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공모 사실을 자백한 뒤클로는 3개월 징역형을 산 뒤 영구 재입국 금지조치와 함께 추방됐다.

잊히다시피 했던 이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경찰의 흑인 인권 침해 논란으로 미국 전역이 들썩이던 2021년 4월, 우드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편지 형식의 유서 내용을 요약하자면, 1965년 사건이 실은 FBI와 뉴욕경찰의 사주를 받고 자신이 콜리어 등을 꼬드겨 범행을 모의하게 한 뒤 폭탄을 전달받은 직후 일망타진하게 했다는 것.

범인 중 두 명은 맬컴 엑스의 최측근 경호원이었고 그들이 체포되고 나흘 뒤인 2월 21일 맬컴 엑스는 암살당했다. 우드는 꼭두각시로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과 죄의식을 토로하며 맬컴 엑스가 적절한 경호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자신과 경찰이 개입한 사실이 가장 참담하다고 썼다.(계속)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