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잘루즈니 우크라군 총사령관 경질… "혁신의 시간"

입력
2024.02.09 09:57
수정
2024.02.1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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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에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
오랜 갈등·정치적 요인에 지난달부터 해임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전 총사령관이 키예프 회담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전 총사령관이 키예프 회담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흘러나온 '총사령관 교체설'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두 사람의 오랜 갈등과,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국민적 인기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AP통신·CNN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총사령관 교체를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군대에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논의했다. 지금이 바로 그런 혁신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잘루즈니 장군에게 팀의 일원으로 남아 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다음 총사령관으로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이 낙점됐다. 시르스키 장군은 러시아군의 수도 진격을 격퇴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우크라이나 최고 영예인 '우크라이나의 영웅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잘루즈니 장군의 자리를 채울 만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르스키 장군을 최고 사령관으로 선택한 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설'은 지난달 말부터 제기됐다. WP는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대통령 집무실 회의에서 추가 병력 동원을 놓고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견 차이가 극에 달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해임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여기에 침묵했지만, 지난 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총사령관 교체설 질문에 "재설정(reset),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답하며 사실상 해임 방침을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장군은 지난 1년여간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는데, 젤렌스키 대통령 측에서 "러시아에 득이 되는 발언"이라고 공개 질책하며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적 경쟁자로 떠오른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키이우 국제사회학 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88%는 잘루즈니 장군을 신뢰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 신뢰도는 62%에 그쳤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키이우의 야당 인사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장군을 해임하려는 것은 정치적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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