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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손흥민, 4번째 아시안컵도 빈손...팬들 "잘못한 것 없으니 고개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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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4번째 도전한 아시안컵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왔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손흥민은 요르단과 2023 아시안컵 준결승 패배 후 고개를 숙인 채 자책하며 사과했다. 축구팬들은 "잘못한 게 없다. 고개를 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손흥민의 얼굴엔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대회가 '라스트 댄스'일 수도 있단 전망 속에 "앞으로의 미래는 모르는 일"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이 밟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졸전 끝에 0-2로 참패했다. 이제 손흥민은 8일 영국으로 건너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 출격한다. 오는 11일 일본의 미토마 가오루가 속한 브라이턴과 맞붙고, 18일엔 울버햄프턴전에서 황희찬과 재회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괴로운 듯 고개를 떨궜다. 한참을 서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도 고개를 못 들었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넘어와서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고는 "너무 속상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가 너무 부족했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국민들께 너무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선수들이 아닌 저를 질책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먼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일부 언론은 '대표팀 은퇴 시사'라고 의미부여를 했지만 손흥민의 말마따나 미래는 알 수 없다.
손흥민은 2011·2015·2019·2023 아시안컵에 연달아 출전했다. 그러나 18세 첫 무대부터 일본과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지난달 31일 도하의 훈련장에서 "박지성 형을 많이 원망하고 있다. 2011년 아시안컵처럼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4년 뒤 아픔은 더 커졌다. 2015년 호주와 결승에서 1-2로 패해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0-1로 뒤지던 후반 천금 같은 동점골을 만든 손흥민은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연장 전반 호주에 실점해 우승을 넘겨줬다. 물론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호주에 앙갚음을 했으나 준결승 탈락 결과는 너무도 썼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등극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지만 '무관'의 역사를 쓰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3회(2014·2018·2022), AFC 아시안컵 4회, 올림픽(2016)과 아시안게임(2018) 등 굵직한 대회에 출전한 그가 우승 타이틀을 단 건 '와일드카드'로 나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유일하다. 그다음 성적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가치는 트로피 하나로 증명할 수 없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손흥민 리더십'으로 일본 대표팀과 비교되는 투혼과 끈기, 근성을 보여줬고, 16강전과 8강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과 2027 사우디 아시안컵에 충분히 나설 수 있어 보인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도 불과 2년 전 조국 아르헨티나에 월드컵 우승컵을 안기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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