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던 클린스만호의 예정된 침몰...월드컵 맡길 수 있나

입력
2024.02.07 14:38
수정
2024.02.07 15: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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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경기에서 0-2로 패배,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얼굴을 감싸며 아쉬워하고 있다. 알라이얀=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경기에서 0-2로 패배,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얼굴을 감싸며 아쉬워하고 있다. 알라이얀=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대회 첫 경기부터 우려했던 일은 터졌다. 클린스만호의 위태롭던 출항은 1년여 만에 바닥이 드러난 셈이다. 준결승전 '유효슈팅 0'을 비롯해 이번 대회 '6경기 10실점' '무실점 경기 0'은 클린스만호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완패해 탈락했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던 대표팀의 꿈도 좌절됐다. 지난해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자신했다. '전술 부재' '선수 개인 역량에 의존' '원격 근무' 등 수많은 비난과 비판이 난무할 때도 "아시안컵 결과를 보고 판단해 달라"며 평가의 시기를 미뤄왔다. 그러나 대표팀 사상 역대급 전력을 보유하고도 결승 진출 실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은 2000년대 이후 아시안컵에서 2015년 호주 대회를 제외하면 결승에 올라간 기록이 없다. 2000년과 2007년, 2011년엔 3위에 그쳤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인 요르단을 조별리그와 4강에서 만나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한국은 AFC 소속 팀 중 랭킹이 세 번째인 23위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그야말로 무기력하게 참패했다. 중원을 내 집 드나들듯 뚫고 골문으로 전진하는 요르단 공격수들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경고 누적으로 빠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부재를 둘째 치더라도 너무 쉽게 2골을 내줬다. 이번 대회 내내 요르단이 보여준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와 야잔 알나이마트(알 아흘리)를 활용한 단조로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상대의 자책골로 간신히 2-2 무승부를 기록했던 한국은 두 번째 경기마저 완패해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고 나왔다는 걸 증명했다. 아울러 '쓰는 선수만 쓰는' 로테이션 실패 등 대회를 앞두고 완성한 최종 엔트리도 도마에 올랐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경기를 0-2로 참패한 가운데 미소 지으며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알라이얀=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경기를 0-2로 참패한 가운데 미소 지으며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알라이얀=뉴스1

반면 후세인 아모타 요르단 감독은 "한국의 6실점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중원이 약한 한국의 단점을 집요하게 흔들었고 알타마리와 알나이마트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를 파고들어 중원을 뚫었고 좌우 측면까지 쉽게 돌파해 승리를 거머 줬다.

그러나 한국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슈팅도 상대는 17회, 한국은 8회로 2배 이상 밀렸고, 그중 유효슈팅은 상대 7회, 우리는 0회였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을 두고도 상대에 상처 한번 입히지 않은 셈이다. 1년 동안 두고두고 나왔던 '전술 부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고, 약속된 플레이가 하나도 없으니 페널티지역에서 공만 돌리는 안타까운 장면만 반복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경쟁 중인 손흥민(12골)과 황희찬(10골)의 활약이 미비한 건 '전술 부재' 외에는 그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3-1 승)을 제외하면 4경기 8골 중 필드 골은 하나에 그쳤다. 페널티킥 3골, 세트피스(프리킥·코너킥) 3골, 상대 자책골 1골이다. 그나마 필드 골은 사우디와 16강전에서 김태환(전북 현대)과 설영우(울산 HD)의 연계로 만들어진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 동점골이다. "공격축구를 구사하겠다"던 클린스만 감독의 호언은 빛바랜 그림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과 평가전 등을 통해 한 수 아래의 전력인 싱가포르(5-0), 중국(3-0), 베트남(6-0) 등에 대승을 거뒀을 뿐이다.

돌아보면 사우디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 연속 120분 혈투도 전략·전술의 부재가 낳은 결과였다. 호주전도 손흥민과 황희찬 등 선수 개인이 창출한 기회가 결과로 나타났던 것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감독의 역량을 보여준 장면은 단 하나 없이 '무색무취'했다. AP통신도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의문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2015년 대회 준우승을 이끈 박주호 해설위원도 "클린스만호가 1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색깔이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다면 강력한 팀이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호는 당장 내달 18일 소집돼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 돌입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4강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아시안컵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며 자신의 거취를 언급했다.

도하 =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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