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와 결승에서 꼭 만나자!"... 그 속내는? [여기는 도하]

입력
2024.02.05 16:05
수정
2024.02.05 16: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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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연장 120분 혈투 끝에 2-1로 승리한 태극전사들이 응원단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알와크라=뉴시스

지난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연장 120분 혈투 끝에 2-1로 승리한 태극전사들이 응원단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알와크라=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은 너무 가슴을 졸이게 한다. 축하해!"

이른 '한일전 불발'에 음모론까지 제기했던 중동팀들의 마음이 누그러진 걸까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과 호주의 8강전이 끝난 뒤 기자 주변으로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코리아, 쏘니 원더풀! 익사이팅 게임!'이라고 축하해 줬죠.

특히 카타르 사람들의 축하 메시지는 좀 남달랐는데요. 언론인들 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경기장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까지 기자에게 달려와 어깨동무를 하고,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던 한 직원은 바꿔주기도 했죠. 심지어 축하 파티를 해주고 싶다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주변에 한국 기자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유독 카타르 사람들은 한국의 4강 진출에 감격했고, "카타르와 결승에서 만나자"며 진심으로 결승까지 올라가길 바라더군요.

이렇게 축하를 보내는 이유는 2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먼저 '90분 이후 드라마'에 큰 감동을 받은 겁니다. 사우디와 16강전에서 피 말리는 승부차기를 했던 한국이, 호주와 8강전까지 연장전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아 보였습니다. 두 경기 모두 0-1로 지고 있다가 승부를 뒤집은 경우인데요. 우리 태극전사들이 전하는 투혼과 끈기에 무척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일부러 일본을 피했다'며 의심에 의심을 품었던 마음이 풀어진 듯해요. 드디어 진심이 통했달까요?

아울러 아시안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다른 속내도 있었습니다. 카타르의 한 기자는 "호주보다 한국이 결승에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그래야 아시안컵도 흥행한다"며 웃더군요. 이날 알자누브 스타디움에는 4만여 관중들이 꽉 들어찼습니다. 한국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를 손에 든 중동 관중부터 태극무늬를 얼굴에 그려 넣은 동남아시아 팬들도 있었죠. 경기 시작 전에 태극기를 나눠주는 행사엔 100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세계 정상급 '월드클래스'를 보유하고 있어서죠. 한국의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리그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아시안컵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놨는데요. 축구 변방으로 천대받던 아시안컵이 이들로 인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경쟁 중인 손흥민과 황희찬 덕에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BBC방송 등 언론들이 아시안컵 소식을 빠르게 전하고 있고,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도 관련 소식을 흥미롭게 보도 중입니다. AFC 입장에서도 아시안컵이 이토록 주목받았던 적은 없었을 겁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에 역대급 전력으로 꼽히는데,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 역시 역대급 흥행이 아닐까 싶네요.

도하 =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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