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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으로 아시안컵 찾은 박주호 "호주 고비 넘은 대한민국, 결승까지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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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고비인 호주를 넘었으니 결승까지 갈 겁니다. 후배들을 믿어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박주호(37)가 해설위원으로 카타르를 찾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중계를 위해서다. 지난 12일 도하에 입성한 그는 거의 한 달 가까이 타지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호주 대회에 선수로 참여한 이후 9년 만이다.
힘들 법도 하지만 박주호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6강과 8강을 넘어 준결승에 진출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있으랴. 박주호는 "호주만 넘으면 결승행은 문제없을 거라고 봤다"면서도 "요르단과의 리턴매치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오는 7일(한국시간) 요르단과 결승행을 놓고 격돌한다.
박주호는 중동 팀들의 피지컬이 더욱 좋아진 점에 주목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달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요르단을 만나 2-2로 비겨 패배는 면했지만,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으로 질타를 면치 못했다. 특히 피지컬이 좋은 요르단과의 중원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서 시종일관 풀백 자원들이 한 번에 공격수에게 찔러주는 패스에 의존했다.
박주호는 이에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중요하지 않고 격차가 굉장히 좁혀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더 말할 필요도 없어진 게 피지컬의 중요성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피지컬을 이겨내지 못하면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하나의 트렌드처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4강 대진표에는 요르단과 이란, 카타르 등 중동 팀이 3개 팀이나 된다. 특히 이란과 카타르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끝까지 물고 늘어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 줬다. "중동 팀들이 원래 피지컬이 좋았어요. 그런데 달라진 게 있더라고요. 그간 중동 팀 선수들은 시작할 때는 정말 막을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가도,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게 특징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안 무너지는 거예요. 끝까지 단단하게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박주호는 대표팀 후배들이 결승으로 가기 위해선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다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은 굉장히 많지만 대표팀의 중압감을 이길 수 있는 멘털을 가진 선수는 많지 않다"는 것.
박주호는 "대표팀에서 경험 많은 선수가 경기를 못 뛰었다면 그건 그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날 못한 것뿐이다"며 "그런데 이 선수에게 비판이 쏟아진다면 어떻게 할까. 대표팀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다시 컨디션을 회복해 어떻게든 비난과 비판을 이겨내고,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장에서 쏟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회복하고 또 못하면 욕을 먹고 하면서 이겨내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멘털이 굉장히 단단해진다. 대표팀이 갖는 중압감, 압박감을 이겨내야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조규성이 맘고생을 했을 텐데 그러면서 멘털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안컵 토너먼트로 갈수록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걱정을 사고 있다. 박주호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 선발에 아쉬움을 표했다. 큰 대회를 위해 30대 베테랑 선수와 20대 젊은 선수의 조합이 부족해 보여서다. 현재 풀백만 하더라도 설영우(울산 HD)를 제외하면 김진수 김태환(이상 전북 현대) 이기제(수원 삼성)는 30대 중반이다. 박주호는 "어린 20대 선수들도 그 자리에 2, 3명은 있어야 해요. 왜냐하면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이는 게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거든요. 베테랑들은 아무래도 회복 속도가 느리고 전성기 때보다 활동성도 떨어지죠. 토너먼트를 앞두고 이런 점이 조금 아쉽네요."
박주호는 지난해 6월 6일 수원FC와 울산 HD 경기에서 은퇴식을 했다. 소속팀과 친정팀 팬들 앞에서 박수를 받으며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 시기가 됐을 때 해설위원 자리를 제안받았고 고민을 거듭하다 수락했다. 독일에서 선수생활도 했던 박주호는 tvN을 통해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 해설을 처음 맡았다.
첫 방송은 의외로 떨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간 KBS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촬영하면서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은 덜어냈다. 박주호는 "못한 것은 있는데 떨리지는 않았다"면서 "친구들과 축구 보면서 얘기하는 것처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했다가 완전히 다른 분야라 놀랐다"고 말했다. 일단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해설을 할 때는 화면을 잘 보고 타이밍에 맞춰 말을 해야 했다. 목소리는 톤을 높이고 발음도 신경 써야 했다. 무엇보다 정제된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도 "어려우니까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더 공부하고 더 발전해야 되는 게 선수생활 할 때랑 완전히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호는 카타르에서 중계를 마치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선수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온라인에 생중계된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현우 김영권 설영우(이상 울산 HD) 등이 박주호와 재회해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 속에서 박주호의 인관관계가 엿보였다. 심지어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과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의 만남도 흥미로웠다.
박주호는 "사실 벤투 감독님은 저를 대표팀에 불렀지만 많이 쓰지 않았다. 2019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저를 안 데려갔다"면서 "그런데도 사이가 좋았던 건 대표팀 안에서 내 역할을 찾아 알아서 행동했다. 팀에 마이너스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저한테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주호는 벤투 체제에서 후배인 홍철, 김진수와 경쟁했다. 경기에는 후배들이 더 뛰었다. 경기에 뛰지 않을 때는 선수들이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다주기도 하고, 벤투 감독과 선수들의 소통 역할도 하며 대표팀 내 선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당시 벤투 감독과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제가 경기에 기용되지 않으면 불만을 갖기보다는 베스트 11이 필요한 게 뭔지,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를 생각했어요. 후배들 입장에선 선배가 안 뛰면 뭔가 눈치를 볼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죠. 선수로서 뛰지 못하면 굉장히 슬퍼요. 선발 출전 선수와 후보 선수를 제외하면 3명 정도는 아예 못 뛰거든요. 그러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되는 거죠."
모리야스 감독과 인연도 특별하다. 그는 일본 대표팀의 믹스트존도 찾았고 지나가는 모리야스 감독을 향해 "모리야스 상!"하고 불렀다. 고개를 돌린 모리야스 감독은 가던 길을 되돌아오더니 박주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리야스 감독과의 인연은 독일 도르트문트(2015~17)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가가와 신지와 한솥밥을 먹던 시절 해외에서 축구 공부를 하던 모리야스 감독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는 것. 2008년 일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3년 간 J리그에서 활동한 박주호는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박주호는 "모리야스 감독님은 항상 차분하시고 축구에 대해서도 정말 해박하신 분"이라며 "그때 만났을 때도 여러 조언을 해주시고 뭘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하셨다. 꾸준히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인간관계를 맺을 땐 최선을 다해서 행동하는 편"이라고 인맥 관리의 팁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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