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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조기 진단하려면… 간경변일 때 2~3개월에 한 번씩 검사해야

입력
2024.02.02 22:39
수정
2024.02.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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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B·C형 간염 바이러스,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적극 관리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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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肝)은 병이 발생해도 초기엔 증상이 없다. 심지어 간에 암(간세포암)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소화불량, 복통이나 황달, 복수 등이 나타나면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가 많다.

그래서 진단받은 환자의 30% 정도만 간 절제 수술이나 간이식 같은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간염·지방간 등 위험 인자가 있다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간암의 진단·치료법을 알아본다.

◇발생률 7위 암, 초기 증상 거의 없어

2022년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1만5,152명이 발생해 암 발생률 7위를 기록했다. 발생 건수도 많지만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될 때가 많아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고 생존율도 낮다.

간암은 진행 속도가 빨라 진행 암이라면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 이 때문에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정기 진단으로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과 항암제 발달로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5년(2016~2020년) 상대 생존율이 40% 가까이 올라왔다.

간암의 초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다른 질환과 다르게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간 조직이 30%만 돼도 기능에 전혀 지장이 없다. 간암도 초기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데, 전이되지 않고 간 기능 상태가 좋으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간암의 주요 원인 질환으로는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 등이 있다. 이러한 원인 질환만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

간암이 발생하더라도 일찍 발견해 수술적 치료도 가능하다. 간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1년에 한 번은 간 초음파검사와 종양 표지자 혈액검사(알파 태아 단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 자주 검사해야 하고, 간경변이 있다면 2~3개월에 한 번은 검사받는 게 좋다.

◇간경화라면 간암 초기라도 간이식해야

간암으로 진단되면 간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크게 ‘수술적 절제술’과 고주파 열 치료나 간동맥 화학색전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암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암 크기·위치, 간 기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다. 수술은 외과 의사가, 비수술 요법은 내과에서 진행한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에는 고주파 열 치료가 있다. 초기 암을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암 위치가 혈관과 붙어 있을 때는 권하지 않는다. 혈관으로 인해 열을 빼앗겨 암 조직을 괴사시킬 만큼 열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수술 대상이 아닌 진행 암인 환자에게 시행한다. 완치가 아니라 암이 증식하는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차단하고, 암을 괴사시키는 게 목적이다.

간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관을 막는 물질로 혈류를 차단한다. 암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키고, 정상 간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암 재발이 많다. 따라서 시술 후 반드시 추적 검사로 재발할 때마다 다시 시술한다.

주로 간암 초기로 종양이 간 내에만 국한돼 있거나 간 주변까지만 침범했을 때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환자 건강 상태와 간 기능이 좋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한다. 수술적 절제술은 간암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간 기능이 좋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렵다. 예컨대 간암 초기라고 해도 간경화로 간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간이식이 유일한 대안이다.

◇암 진행이 제한적이라면 생체 간이식도 고려

간이식 수술은 초기 진행성 간암은 물론 간경화가 심해져 더 이상 내과적 치료가 불가능할 때도 이상적인 치료로 알려져 있다.

특히 건강한 사람 간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은 복잡한 과정 없이 기증자만 나타나면 곧바로 가능하다. 다만 진행이 많이 된 간암에서는 생체 간이식이 제한적이므로 간암은 초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간암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된다. 배에 손마디 하나 크기(5~12㎜)의 구멍을 5개 정도 내고 광원·카메라·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종양을 포함해 간을 뗀다.

복강경 간절제 수술 시간이 개복 수술과 비슷하면서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줄고, 회복은 더 빨라졌다. 복강경은 수술 후 1~2일 만에 걸어 다니고 식사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개복 수술한 환자는 3~5일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입원 기간도 길다. 게다가 개복 수술은 흉터가 30㎝ 정도로 크게 남고, 아무는 과정에서 덧나기도 한다.

간암 수술 후엔 일상생활을 유지하면 된다. 수술 후유증 때문에 조금 피곤해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평소대로 생활하되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하지만 걷거나 가벼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 식사도 고루 잘 먹으면 된다. 수술로 체력이 떨어졌다고 보양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건 피해야 한다. 과잉 섭취한 칼로리가 지방간을 만들 수 있어서다. 고지방식이나 고탄수화물 식사는 피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이승환 교수는 “민간요법으로 간 기능을 해치는 환자도 종종 있다”며 “간은 해독기능을 하는 화학공장에 비유되지만 검증되지 않은 약초·허브를 섭취해 간에 무리를 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술은 조금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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