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역할 커지고, '침대축구' 안 통하고... 아시아축구 달라지고 있다

입력
2024.02.01 16:39
수정
2024.02.01 16:5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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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사우디 골키퍼 아흐마드 알카사르가 갑자기 드러누워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사우디 골키퍼 아흐마드 알카사르가 갑자기 드러누워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아시아축구가 달라지고 있다. 유럽식 전방 압박 전술에 골키퍼의 책임은 커졌고, 중동팀들의 주특기였던 이른바 '침대 축구'도 사라질 조짐이 보인다.

이제 아시아축구에서 골키퍼의 임무는 막중해졌다. 팀의 최전방 수비수 역할뿐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에 오른 강팀일수록 골키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아시아축구 강국인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 일본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16강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3-1로 승리,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옥에 티가 존재했다. 조별리그부터 잦은 실수로 국민적 질타를 받은 스즈키 자이온의 자책골이 나온 것. 2-0으로 앞서가던 후반 19분 바레인의 코너킥 상황에서 사예드 바케르의 헤더를 스즈키와 우에다 아야세가 처리하려다 실수가 나왔다. 우에다는 머리로 처리하려 했고 스즈키는 손으로 잡으려다 부딪혀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베트남과 조별리그 1차전부터 실책으로 2실점한 스즈키는 일본의 불안 요소로 꼽혔다. 바레인과의 16강전도 스즈키에 대한 불신이 자책골로 연결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의 자책골로 2-1이 되자 희망의 불씨를 얻은 바레인이 추격의 고삐를 당긴 걸 견뎌야 했다. 골키퍼 한 명으로 인해 승패가 갈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일본의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과 우에다 아야세가 31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바레인의 헤더를 막으려다 부딪혀 자책골을 기록했다. 도하=뉴스1

일본의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과 우에다 아야세가 31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후반 바레인의 헤더를 막으려다 부딪혀 자책골을 기록했다. 도하=뉴스1

유럽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유럽식 선진 축구가 입혀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전방 압박을 통한 득점률이 높아지면서 골키퍼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 골문을 지키는 건 물론이고 수비와 공격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기술을 가진 골키퍼가 절실해졌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이 조현우(울산 HD)가 아닌 김승규(알 샤밥)를 선택했고, 그 흐름을 클린스만호도 이어가는 건 공격적 성향 때문이다. 김승규는 전방에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에 능하고, 발밑이 좋아 공격형 골키퍼로 꼽힌다. 그러나 훈련 도중 십자인대 파열로 조기 귀국하면서 조별리그 2차전부터 조현우가 골문을 지키고 있다. 비록 16강전까지 6실점했지만 승부차기 2골을 막아낸 조현우는 골키퍼의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동안 중동 축구의 지옥으로 불리던 '침대 축구'도 작별을 고할 시기가 왔다. 이번 대회에도 중동팀들은 몸만 부딪히면 드러누웠다. 게다가 골을 넣고 시간을 보내려는 작전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AFC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추가시간을 10분 안팎으로 주며 침대 축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수혜를 입은 건 한국이다.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잡은 것도 후반 추가시간 10분 덕이 컸다. 조규성이 후반 추가시간 9분대에 헤더 동점골을 넣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사우디는 골키퍼까지 손이 아프다며 침대 축구로 기싸움을 했고, 시간 끌기 하다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결국 사우디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고 말았다.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와 이별할 날도 멀지 않았다.

도하 =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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