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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를 알린 폴 베를렌의 시

입력
2024.01.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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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D데이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에 상륙하기 직전의 상륙정(LCVP) 모습. history.navy.mil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에 상륙하기 직전의 상륙정(LCVP) 모습. history.navy.mil

1944년 6월 1일 영국 BBC 라디오는 저녁 뉴스 도입부에 폴 베를렌의 시 ‘가을의 노래(Chanson d'automne)’ 첫 세 행을 인용했다. “가을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 연합군 특수작전사령부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게 전하는 비밀 메시지, 즉 상륙작전이 2주 내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린 거였다.

다음 세 행 “단조로운 나른함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는 5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됐다. 작전이 48시간 내에 시작되니 철도 파괴 등 사보타주에 나서라는 지령이었다. 나치 독일 역시, 정확한 상륙지점과 시점만 몰랐을 뿐 연합군의 본토 상륙이 임박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불리는 ‘오버로드(Overlord) 작전’은 1941년 말 미국이 참전한 직후부터 구상됐다. 40년 5월 됭케르크 철수작전으로 영국을 뺀 유럽 전역을 나치가 장악한 상태였고, 2차대전은 사실상 동부전선의 러시아가 지탱하고 있었다. 스탈린은 미-영 연합군의 협공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44년 6월 5일이던 D데이가 기상 악화로 하루 연기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셉 스탈린이 처음 만난 43년 말 테헤란 회담에서 합의한 시기는 44년 5월 초였다. 이듬해 1월 31일 연합국 수뇌부는 함선 증강 등을 위해 5월 말 6월 초로 D데이를 다시 연기했다.

6월 4일 오후 1시 뉴스통신사 AP는 작전이 개시됐다는 희대의 오보까지 냈다. 텔레타이프 기사가 뉴스 송신장치를 켜둔 채 연습 삼아 친 문장이 세계로 전송된 거였다. AP는 5분 뒤 정정보도문을 내보냈지만 사실 그 무렵엔 영국 해군 미니잠수함 두 척이 6월 2일 출항해 노르망디 해안 상륙지점 인근에서 경계 잠항 중이었다. 연합군 첫 함선이 출항한 것은 6월 6일 D데이 자정 직후였지만, 노르망디 독일 방어선 후방 침투를 위해 영미 공수부대를 태운 수송기가 기지를 이륙한 것은 6월 5일 밤 11시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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