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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아빠의 '아빠'로 산 청년..."모두를 위한 돌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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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러졌다. 이혼한 가정에서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는 스무 살 아들. 혼자서는 아버지의 입원 수속을 할 수 없었다. 중환자실 입원비가 만만치 않아 만 24세 이상의 연대보증인이 있어야 했다. 아버지와 함께 일한 건설 현장 동료가 나섰다. 그렇게 아들은 사고 후 인지 능력이 떨어진 아버지 돌봄을 시작했다. 한때는 "내가 쓰러지든 아버지가 쓰러지든 한쪽이 쓰러져야만 끝날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는 10여 년 동안 아버지를 홀로 돌보며 돌봄 청년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청년과 남의 집을 드나들며 방문 진료를 하는 의사가 돌봄을 주제로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을 돌봄자에게 떠안겨도 되는지에서부터 돌봄을 어떻게 바라보고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겼다.
돌봄 현장을 숱하게 목격한 두 저자에 따르면, 돌봄은 주로 아내, 며느리 등 중년 여성과 일자리가 불안정한 자녀의 몫이다. 사회적 약자들에 떠맡겨진 돌봄 현장은 그래서 위태롭다. 변화를 위해 책은 '돌봄인지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돌봄을 중심에 놓고 사회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 값싼 노력으로 쉬 폄하되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끌어올리는 게 숙제다. 그래야 남성도 돌봄노동에 더 끌어들일 수 있다. 모두에게 돌봄이 선순환될 때 초고령사회에 미래가 있다는 진단은 시의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물론 모든 돌봄을 국가가 다 책임지기는 어렵기 마련.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이의 위험을 감지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그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을 비롯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대안이 구체적이면서 깊이 있게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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