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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갈등, 봉합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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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충남 서천특화시장 대형화재 현장 점검을 함께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을 둘러싼 이견으로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한 뒤 어깨를 한 번 치면서 친근감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열차로 귀경한 후 갈등 봉합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해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당장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갈등을 조기 봉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생각한다면 사태악화란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장면만으로 국민들이 이번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갈등의 근본 원인인 '김건희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지에 대한 양측의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사과할 경우 야당 공격으로 총선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거론하며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를 두고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집권여당 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한 당무 개입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이런 어설픈 봉합이 외려 김 여사 사과 요구를 작게 만드는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두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밝힌 한 위원장까지 사퇴시키려 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언급할 여권 인사는 없을 것이다.
전날 화재로 227개 점포가 전소한 현장을 두 사람의 화해 장소로 택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재난 현장에 달려가 민심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모적 갈등을 자초한 두 사람의 조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민생 챙기기' 명분은 퇴색되고 말았다. '20년 지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 신뢰를 재확인하는 장면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영부인 리스크 해소와 건전한 당정관계 정립을 위한 방안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는다면 이번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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