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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을 '유세장'으로 만든 피고인... 미국 판사들, '트럼프 통제 방안' 고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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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건의 형사·민사 재판에 휘말려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법정을 자신의 재선 도전을 위한 '선거 유세장'처럼 쓰고 있어 미국 판사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재판장의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판사나 검찰, 소송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거침없이 발산하고, 자신의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재판을 (선거 유세) 집회처럼 취급하는 탓에 판사들이 그를 통제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을 제어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는 얘기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회계 조작'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 혐의로 형사 기소된 것은 물론, 여러 건의 민사 소송에도 휘말려 최근 잇따라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문제는 법정에서 공격적 태도를 감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 부풀리기' 의혹 관련 민사 재판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후 진술 기회를 요청하자, 아서 엔고론 판사는 "법률적 문제와 사실에 대해서만 말하라"며 허락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돌연 "이 재판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탄압받고 있다는 '정치적 발언'을 한 셈이다. NYT는 "트럼프는 5분의 시간을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과 판사를 공격하는 데 썼다"고 전했다.
물론 '법정 소란'을 근거로 퇴정시킬 순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골치 아픈 선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성폭행 의혹 관련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일부러 '사기' '마녀사냥' 등 단어를 배심원에게 들리도록 말하자, 루이스 A. 캐플런 판사는 퇴정 경고와 함께 "당신은 그걸 굉장히 바라는 것 같다"고 주의를 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손을 번쩍 들며 "그럼 너무 좋죠(I would love it)!"라고 비아냥댔다.
'법'이 아닌 '정치'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 사법부 입장에서 까다로운 상대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의 칼럼니스트 조엘 코헨 변호사는 "판사 공격이 승소에 도움 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며 "(트럼프의 태도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선거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NYT도 "판사에게 불복종하거나 패소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제어'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재판연구원을 상습 비난하는 그에게 엔고론 판사는 지난해 10월 법원 직원 공격을 금지하는 '함구령', 이른바 개그(GAG)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어겼다가 총 1만5,000달러(약 2,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고, 이후엔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엔고론 판사가 맡은 재판 최후 진술에서 5분간 불평하면서도 '직원 공격'은 자제했다고 한다.
법조계 인사들은 '명확한 원칙을 만들면 재판이 덜 휘둘릴 수 있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맨해튼지법 판사 출신 법조인인 존 S. 마틴 주니어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규칙을 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것"이라며 "판사가 강경하게 밀어붙이면 트럼프가 (결국엔) 물러설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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