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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펠로시? 이름 헷갈린 트럼프에 헤일리 “나이 들면 내리막길 당연”

입력
2024.01.21 17: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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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경선 D-3… “인지 능력 의심돼”
속전속결 바라는 트럼프가 더 심한 견제
인도 출신 부각하고 “부통령 지명 안 해”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뉴햄프셔주 내슈아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내슈아(미국 뉴햄프셔주)=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뉴햄프셔주 내슈아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내슈아(미국 뉴햄프셔주)=AFP 연합뉴스

미국 뉴햄프셔주(州)에서 2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 공화당의 두 번째 대선 후보 경선 투표가 임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간 설전이 가열되고 있다. 인종주의라는 질타에도 아랑곳없이 인도계 이민 2세인 헤일리 전 대사의 출신을 부각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름을 헷갈리는 말실수를 한 탓이다. 속전속결로 승부를 끝내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전을 노리는 추격자에게 자신의 고령(만 77세 7개월) 약점을 파고들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니키를 굳이 ‘님라다’ ‘님브라’로 불러

2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사흘 전인 이날 뉴햄프셔 피터버러 유세 직후 기자들에게 “내 부모님은 나이가 들었고 나는 그들을 아주 사랑하지만,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인지 능력 등의) 감퇴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어떤 의사에게든 물어 봐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이 지역 토론 행사 도중 헤일리 전 대사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수차례 혼동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언급하다 “니키 헤일리가 모든 정보와 증거를 다 삭제했다. 모든 보안의 책임이 헤일리에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의회를 통솔했던 인물은 펠로시 전 의장이다. 의회 경력이 전무한 헤일리 전 대사는 유세에서 “인지 능력이 의심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름으로 헤일리 전 대사에게 흠집을 내려던 터였다. 17일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 글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님라다(Nimrada)’로 부른 그는 20일엔 ‘님브라(Nimbra)’라는 호칭을 썼다. 인도계 이민자 딸인 헤일리 전 대사의 결혼 전 이름은 ‘니마라타(Nimarata) 니키 란드하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이름(니마라타)을 굳이 쓴 데다, 그나마도 틀렸다. NYT는 “10년 전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당선에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을 갖도록 부추겨 백인 공화당 기층과의 관계를 구축했던 트럼프가 자신의 오랜 인종주의 이력에 또 하나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서도 안 돼… 세력 과시도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를 마치기 전에 춤을 추고 있다. 맨체스터(미국 뉴햄프셔주)=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를 마치기 전에 춤을 추고 있다. 맨체스터(미국 뉴햄프셔주)=EPA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를 부통령에 앉히려 한다는 소문은 ‘설’로 끝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뉴햄프셔 콩코드 유세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유엔 대사로 지명됐을 땐 괜찮았지만 대통령다운 자질을 갖추진 못했다며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헤일리가 부통령으로 선택되지 않으리라는 뜻”이라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도 같은 날 뉴햄프셔 애머스트 행사에서 “누구의 부통령도 되고 싶지 않다”며 트럼프 러닝메이트설을 일축했다.

체급 차이를 절감하게 만드는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 견제 방식 중 하나다. 그는 20일 뉴햄프셔 맨체스터 유세에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 등 자신을 지지하는 당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정부·의회 수뇌부 인사를 잔뜩 불러 세력을 과시했다. 경선에서 하차한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의 지지 선언을 끌어낸 것도 헤일리 전 대사의 배신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내달 24일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대사가 주 하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낸 곳이다. 스콧 의원을 상원의원으로 끌어 준 이도 헤일리 전 대사였다.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여전하다. 17일 공개된 아메리칸리서치그룹 조사에서 40% 동률이 나오기도 했으나, 20일 발표된 미국 서퍽대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53%, 헤일리 전 대사가 36%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압승했다. 다만 뉴햄프셔는 상대적으로 중도층이 두터워 헤일리 전 대사의 선전이 예상되는 경선지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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