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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갑자기 ‘캄캄’… 흑암시, 전체 뇌경색의 24% 차지

입력
2024.01.21 10:5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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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일과성 흑암시, 경동맥 좁아져 흔히 발생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는 일과성 흑암시는 뇌졸중의 일종인 뇌경색 때문에 발생할 때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는 일과성 흑암시는 뇌졸중의 일종인 뇌경색 때문에 발생할 때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갑자기 눈앞이 까맣게 변하며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10~15분가량 이런 증상이 나타나다가 사라지곤 했다. 병원을 찾아 받은 진단명이 생소한 ‘흑내장(黑內障)’으로 불리는 ‘일과성 흑암시(一過性 黑暗視·amaurosis fugax)’였다.

일과성 흑암시는 외관상으로는 이상이 없지만 검은 커튼이 쳐져 있는 것처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력장애가 일어나는 증상이다.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단일 질환이라기보다는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되는 증상이다. 동맥경화에 따른 경동맥 협착, 심장에서 생성된 혈전 등에 의해 눈으로 가는 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히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박경아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일과성 흑암시는 뇌경색 전조 증상인 일과성허혈 발작이기에 시급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시야 장애를 일으키는 뇌경색은 전체 뇌경색에서 24% 정도 차지한다”고 했다.

김태기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특히 경동맥이 좁아지면 일과성 흑암시가 흔히 발생한다”며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같은 혈관 손상 위험 인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경동맥 초음파검사로 혈관 폐쇄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혈관을 넓혀 주는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거대 세포 동맥염, 루푸스(전신 홍반성 낭창) 등과 같은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혈액 점성이 높아지는 혈액 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시신경염ㆍ압박성 시신경병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腦卒中)이 발생하면 눈에 미리 신호를 준다. 뇌졸중으로 눈에서 시각 중추인 뇌 후두엽까지 가는 경로가 손상되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複視)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한쪽 눈 시야가 손상되며 자꾸 여기저기 부딪치거나 운전하기가 어려워진다.

일과성 흑암시는 눈으로부터 시신경이 집합하는 대뇌까지 이르는 길의 혈관이 막히면서 생길 때가 대부분이다. 뇌졸중의 한 증상으로 순간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등의 일시적 시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랑니 발치 등 순간적으로 신경에 무리가 가거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수술ㆍ시술을 받을 때도 일시적으로 흑암시가 나타날 수 있다. 시력이 회복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면 재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게 좋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은 저절로 호전되므로 특별한 치료법이 있진 않고, 혈전용해제를 먹으면서 경과 관찰할 때가 많다. 하지만 동맥경화 등 혈액순환장애가 심해진다면 실명까지 될 수 있기에 정기적으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흑암시라는 용어는 유전자 결핍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생기는 ‘레버 선천 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에서도 쓰인다. 이 질환은 RPE65라는 유전자 결함으로 망막이 손상돼 발생하는데 선천적인 시각장애를 일으킨다. RPE65 유전자가 손상되면 망막 광수용체에 필요한 비타민 A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망막이 받아들인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지 못한다.

일과성 흑암시는 다른 눈 질환이나 증상과 달리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환자도 그리 많지 않으며 진단ㆍ치료도 매우 까다롭다. 레버 선천 흑암시의 경우 발병 원인인 유전자 결핍에 대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을 연구 개발 중이다. 주사 치료제가 개발돼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1회 투여비가 매우 비싸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김응수 중앙대 광명병원 안과 교수는 “일과성 흑암시는 다른 눈 질환처럼 잘 알려진 증상은 아니지만 대뇌 질환과 관련 있을 수 있어 나타나는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며 “일부에서는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 생길 수 있으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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