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40~50대 암 사망률 1위 ‘간암’… 어떻게 조기 발견하나?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여러 중요한 장기의 상호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그중에서도 간은 신체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고,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공장 역할도 맡는다.
더불어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과 여러 응고인자를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몫이다. 우리 몸의 ‘에너지 관리센터’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전체의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가 애매할 때가 많다”며 “이는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간에 생기는 악성 종양은 간세포암, 담관암, 전이성 간암, 혈관육종 등이 있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암을 말한다.
간암은 국내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131명으로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간암의 최근 5년(2017~2021) 상대 생존율은 39.3%로 전체 암 상대 생존율 72.1%의 절반을 살짝 웃돈다. 아직도 간암 환자 10명 중 6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다. 특히 간암은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는 40~50대에서 암 사망률 1위다.
흔히 간암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지만, 그보다는 B·C형 바이러스성 간염 등에 의한 만성 간염과 합병증인 간경변증이 더 큰 원인이다. 이 밖에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도 원인이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으면 간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한다.
간암은 초기 발견이 어려운 암이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혹은 배에 복수(腹水)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때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다. 따라서 정기검사가 필수다. 남순우 교수는 “일반적으로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위험 요소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간암은 간 수치 혈액검사와 간암 종양 지표(AFP),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진단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가진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 종양 지표와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암 병기(病期)는 종양 크기, 종양 림프절 혹은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대한간학회). 환자의 간 기능 상태와 운동 가능 상태 등을 고려해 5단계 병기로 구분하는 바르셀로나 병기법도 널리 쓰인다.
종양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간암이 한 개이고 지름 3㎝ 이하)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해 주는 것이 좋다. 지름 1~2㎝ 미만의 작은 간암이라면 고주파 열 치료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현재는 간동맥화학색전술(TACE·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만약 종양의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를 사용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수술적 절제술이나 간동맥화학색전술에 비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에서는 주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남순우 교수는 “방사선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전체 간에 시술하는 것보다는 작은 부위, 이를테면 혈관이 막힌 부위 등에 방사선을 조사해 간동맥 혈전 등을 제거하는 시도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맞춤형 면역 치료 요법 등이 개발 중으로 향후 면역 치료가 중요한 치료법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경변증 원인이 되는 B·C형 간염 예방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한다.
C형 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하지 않기 등이 중요하다. 여럿이 쓰는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예방하려면 과음을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 질환에 노출되면 절대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 활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재발하면 수술이 가능하면 절제술을 다시 시행할 수 있지만 어렵다면 단계를 하나씩 높여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하거나 경구/주사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한다.
남순우 교수는 “일찍 재발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CT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요하다”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간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 옵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