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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치화, 자식·부모도 없나"…'이태원 특별법' 거부권을 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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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을 앞두고 희생자 유족들은 "정부가 정치화를 하고 있다"며 분노를 토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지애씨 아버지 박동환씨는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부에서 어떻게 정치화를 할 수가 있느냐"며 "그 사람들은 자식, 부모도 없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씨는 2022년 10월 29일 영문도 모른 채 20세도 되지 않은 막내딸을 떠나보냈다. 그는 진상규명을 위해 "(유족들이) 서로 참고 기대하면서 (정부·여당이) 도와주길 간절히 바랐다"며 "(지금은) 분노하고 싸늘한 분위기다. 간절히 애원하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절박한 심정을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특별한 조사가 필요한 기구를 설치하는 특별법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여야가 합의 처리해온 관행이 무시됐고, 특별조사위원회 구성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를 공식화했다. 이에 희생자 유족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며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호소했다. 한 유족은 손가락에 피를 내 포스터 뒷면에 '진실규명'이라고 적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을 앞두고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사실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국민이야 죽든 말든 정권만 지키면 된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정현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참사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거부'하라"며 "이태원 특별법을 통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는 살아남은 우리들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는 진영을 넘어 온 국민이 아픔을 함께한 비극이었다"며 "진상조사, 책임,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국민의힘이 왜 거부하는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50억 클럽 특검법에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까지 거부하면 총선의 심판이 두렵지 않냐"며 "대통령께서 이번만큼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법안 이송일로부터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에 법을 공포하거나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까지 재의를 요구하면 취임 후 다섯 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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