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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힘든 게 아니야” 우울증 환자에게는 ‘독약’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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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한 해 진료받는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 환자가 2018년 75만3,011명에서 2022년 100만32명으로 4년 새 33% 증가했다. 50명당 1명꼴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연령별로는 20대(19만4,200명) 환자가 가장 많았고, 30대(16만4,942명), 60대(14만9,365명), 40대(14만6,842명) 순이었다. 20~30대 환자가 36만 명 정도로 최근 4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젊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은데, 이는 여성호르몬이 우울감을 유발하고, 남녀 간 뇌 구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뇌는 긍정적인 감정을, 여성의 뇌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하게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6개월에서 2년 이상 지속되고, 재발하기 쉽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는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 우울증이 '개인 질병'이 아닌 ‘사회 질병’으로 인식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나는 왜 살까?’ ‘나는 가치가 없어’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망쳐’ …. 우울증에 시달리면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기거나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이런 증상이 심각해지면 ‘죽는 게 나아’ ‘나만 없어지면 돼’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거나 짜증을 내고, 거절에 대해 매우 민감해지면서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또한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수면 도중 자주 깨거나, 입맛이 뚝 떨어지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되지 않기도 한다. 몸이 너무 무거워 움직이기가 힘들다는 무기력한 증상도 나타난다.
우울증은 이처럼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행동 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키기에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표현된다. 박진경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거나 무기력해져 직업·학습·대인 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너만 힘든 게 아니야”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는 등 섣부른 말이나 충고는 금물이다. 지인의 힘든 상황을 바라봐 주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 될 수 있다.
우울증을 극복한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부정적인 예측으로 이어지고 부정적인 감정에 예민해지는 감정 습관이 굳어져 버린다”며 “우선 내 마음을 헤아려 만약 슬프면 나는 충분히 슬플 수 있는 상황이고 슬퍼해도 된다고 여기고 슬픈 나를 위로하고 기분 전환할 수 있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석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면 주변에 알리고 위로와 이해를 받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의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치료는 약물 치료다. 우울증을 ‘마음의 병’으로만 여겨 스스로 이겨내려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우울증은 마음이나 의지가 약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분을 조절하는 뇌 호르몬인 ‘세로토닌’ 이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뇌 질환이다. 아무리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취약한 사람이 있다.
한규만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는 정서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 주름이 유의하게 적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우울증이 단순이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기능적 이상에 따른 영향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은 항우울제(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아고멜라틴(agomelatine),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미르타자핀(mirtazapine), 파록세틴(paroxetine), 벤라팍신(venlafaxine), 보티옥세틴(vortioxetine) 등)와 함께 정신 치료를 병행한다. 항우울제는 뇌 호르몬이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복용 2주 정도 뒤부터 식욕이 회복되고 불면증도 호전되면서 기분도 좋아진다.
우울증 악순환(우울→불면→활동 저하)에서 벗어나려면 조그마한 일이라도 시작하는 게 급선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우울증에 해당하는 말이다.
따라서 30분 정도 산책하거나 대화, 음악 듣기 등 조금이라도 기분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일을 하는 게 좋다. 박형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장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많은 치료법은 운동”이라고 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운동은 우울증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평소 관심을 가져온 종목을 정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1. 건강한 식단
2. 규칙적인 신체 활동
3. 금연
4. 절주
5. 사회적 관계를 자주 맺기
6. 충분히 잠자기
7. 앉아서 하는 행동을 줄이기
<자료: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신건강의학과 바바라 사하키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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