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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의 유죄··· 늦었지만 의미 큰 가습기 살균제 판결

입력
2024.01.12 04:30
27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업체 선고공판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조순미(오른쪽)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뉴시스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업체 선고공판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조순미(오른쪽)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뉴시스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유해성 입증 미흡을 이유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독성을 입증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피해자들이 그나마 억울함을 풀게 됐다. 해당 제품 출시 후 22년 만의 단죄이다. 전체 가습기살균제 사망자가 1,262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11일 서울고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결정해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2021년 1심에서 이들이 무죄를 받았던 이유는 해당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이다. 옥시 등이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은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CMIT 및 MIT는 동물실험 등에서 위해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이었다.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이 CMIT·MIT가 폐까지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고, CMIT·MIT 제품 사용 전후 5년을 비교해보니 전체 천식 발생이 5배, 천식으로 인한 입원 발생이 10배나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사실 1심 선고 이후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동물실험에서 피해의 근거를 찾았다”며 ‘과학적 방법론’을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컸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의해 피해자로 인정된 구제 대상은 5,700명가량이다. 이들 중 CMIT와 MIT 살균성분 제품 사용자는 41%에 이른다고 한다.

SK케미칼, 애경이 해당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시점은 2002년이었다. 책임자들이 단죄를 받기까지 22년이 걸렸다.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는 재판부의 질타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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