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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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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백두와 두식이. 요즘 두 청춘 남녀 덕에 많이 웃는다. 씨름 선수 백두와 씨름단 관리팀장 두식이는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의 주인공이다. 한동네에서 나고 자란 동갑내기 친구다. 두식이는 경상도 사투리로 늘 백두를 응원한다. 구수한 대사와 청춘의 풋풋함에 일주일 내내 행복하다.
“경기는 까봐야 아는 거지. 벌써부터 털릴 걱정들을 하고 자빠졌노. 짜증나구로.” “진수(친구이자 씨름단 코치) 금마(그 아이)는 어릴 때도 그러드만은 커서도 영 빡빡스럽다이.” “그냥 쪼대로(기분대로) 살아. 니 하고 싶은 거, 하고 싶다 카고.”
사투리가 뜨고 있다. '촌스럽다'는 놀림은 옛말. 지역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를 담은 '귀한' 말로 대접받고 있다. 물론 사투리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상도 참새가 외친 “수구리(숙여). 아까맹키로(조금 전처럼)!”를 못 알아들어 총에 맞는 다른 지역 참새들은 지금도 있을 테니까.
그런 까닭에 전국에서 열리는 ‘사투리(고향 말) 말하기 대회’가 반갑기 그지없다. 재작년 가을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전라도말 자랑 대회’에선 여든 할머니의 ‘자식 11명 출산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워매워매, 시상에 어짜 쓰까나.” 관중석에선 이 말이 연신 터져 나왔다. 젊은 서울 사람들도 찾은 행사장은 사투리로 지역과 세대가 화합한 뜻깊은 자리였다.
강원 영동지역 사투리도 독특하다. 강릉 사람인 율곡 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을 때 선조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상상이 간다.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10만 양병설’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임진왜란이 터지고 말았다는 우스개가 있다. 10여 년 전 태백의 초등학생들이 뽐낸 강릉 사투리의 말맛을 즐겨보시라.
“전하! 자들이 얼매나(얼마나) 빡신지(억센지), 영깽이(여우) 같애가지고 하마(벌써) 서구 문물을 받아들였잖소. 쇠꼽 덩거리(쇳덩어리)를 막 자들고 발쿠고(두드리고 펴고) 이래가지고 뭔 조총이란 걸 맹글었는데, (…) 이쪽에는 쪼그마한 구녕(구멍)을 뚤버서(뚫어서) 거기다 눈까리(눈알)를 들이대고, 저 앞에 있는 사람을 존주어서(겨누어서) 들이 쏘면은 대뜨번에(대번에) 쎄싸리가 빠지잖소(죽지 않겠어요). 총알이란 게 배때기(배)에 맞으면 창지(창자)가 마카(모두) 게나와개지고(쏟아져 나와서) 대뜨번에 쎄싸리가 빠져요. 1만, 2만, 5만 명 갖다가는 택도 안 돼요(어림도 없어요). 10만이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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