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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코앞 트럼프, 유세 대신 법정 구석 자리에 앉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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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있어야 할 곳은 아이오와주(州)였다. 그가 소속된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이 15일 그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무대에 서지 않았다. 대신 굳이 법정 구석 자리에 앉는 편을 택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왜 그랬을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수도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 출석했다. 재임 당시인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그가 저지른 일들이 면책 특권 대상인지 심리하기 위한 구두 변론이 이뤄지는 날이었다. 그에게는 변론에 참석할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일부러 와서 테이블 맨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트럼프그룹의 대출 사기 관련 재판 출석은 거부했던 그였다.
장내 변론을 작정하지는 않은 듯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변론이 진행되는 1시간 15분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별 언급 없이 잠자코 있었다고 전했다.
대신 장외에서 하고 싶은 말을 쏟아 냈다.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등장을 예고하며 “나한테 면책 특권이 없으면 부패한 (대통령) 조 바이든도 면책 특권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재판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정적을 기소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법무부는 불공평하다”고 불평했다.
이날 등장도 결국 유세의 일환이었으리라는 게 미국 언론의 해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법정 출석은 그의 사법적 방어가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적 야망과 어떻게 합쳐지는지를 드러낸다”며 “수많은 유죄 선고 위협을 역으로 이용하고, 정치적 기소의 표적으로 자신을 묘사하려는 심산”이라고 평가했다. WP는 “그가 주별 코커스(당원대회식 경선)를 앞두고 아이오와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대신 변론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은 자신의 형사 변론과 캠페인 메시지를 섞겠다는 의도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정작 법정 공방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이는 형국이다. 존 사우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사는 “대통령의 공식 행위에 대한 기소를 승인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통령의 공무가 형사 소추 대상이 되려면 상원의 탄핵 심판 및 유죄 선고라는 ‘정치적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트럼프 측 지적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권 인정에 회의적이다. 플로렌스 팬 판사는 “대통령이 특수부대에 정적 암살을 명령할 수도 있는데, 그런 대통령의 경우 탄핵 없이도 형사 기소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재판부 3명 중 유일한 공화당 지명 판사인 캐런 핸더슨 판사조차 “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가 형법 위반을 허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래도 주별 경선이 대거 몰려 있는 ‘슈퍼 화요일(3월 5일)’ 뒤로 대선 전복 시도 관련 본안 재판을 미루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은 통할 가능성이 크다. 절차에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항소법원이 특권 주장을 기각하더라도 아직 대법원 항고가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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