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세탁배달원이 찍은 사진 덕에…46억 횡령한 건보직원 필리핀서 검거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수십억 원을 빼돌려 필리핀으로 도주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1년 4개월의 공조 수사 끝에 현지에서 붙잡혔다. 행방이 묘연했던 범인을 찾기 위한 경찰의 마지막 추적 과정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오후 6시 13분 필리핀 마닐라의 한 고급리조트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전 재정관리팀장 A(44)씨를 검거했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외국 한인 사건 전담 경찰부서)와 현지 경찰로 구성된 검거팀이 작전 당일 A씨가 투숙 중이던 리조트로 출동했고, 5시간의 잠복을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그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A씨는 2022년 4~9월 건보공단 재정관리실에서 채권관리 업무를 맡으며 알게 된 채권자의 계좌정보를 조작해 진료비용을 본인 계좌로 입금하는 수법으로 46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돈은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이 보류됐던 17개 요양기관의 진료비였고, 공단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횡령 사건이었다.
A씨는 공단이 병원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면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 허점을 악용했다. 그는 지급보류된 금액을 병원에 지급한 것처럼 허위 입력하는 식으로 본인 계좌로 7차례 송금했다. 추적을 피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환전하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범행 직후 A씨가 필리핀으로 도피한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행해 추적에 나섰다. 강원경찰청 반부패수사대와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경기남부청 인터폴팀으로 추적팀을 꾸려 계좌추적을 하는 등 A씨의 행적을 수소문했다.
경찰은 결국 A씨의 은신처를 마닐라의 고급리조트로 특정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보안이 까다로워 그가 머무는 정확한 주거지 확인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리조트 출입이 자유로운 세탁물 배달원을 정보원으로 활용하기로 아이디어를 냈다. 예상은 적중했다. 배달원이 휴대폰으로 A씨의 얼굴을 촬영해 준 덕에 동일인임이 확인됐다.
외교부도 조속한 검거에 힘을 보탰다. 주필리핀 한국대사는 6일 필리핀 법무부 장관에게 협조 서한을 보냈고, 검거 전날에는 필리핀 총영사가 이민청장과 면담해 협조를 요청하는 등 공조 역량을 총동원했다.
검거 디데이는 9일로 정해졌다. 경찰은 미리 확보한 리조트 내 동선과 도주 경로 등을 토대로 잠복에 들어갔고, 마침내 A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측과 피의자의 국내 송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