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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 협상 여지없었다”…흑인 교회서 트럼프에 일갈한 바이든

입력
2024.01.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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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처럼 거짓말… 선거 이어 역사도 훔치려”
‘보수 눈치’ 공화당 경선 지렛대로 흑인에 구애
민주주의·인종평등 강조… “백인우월주의는 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대선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찰스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대선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찰스턴=AFP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 유세에 본격적으로 나선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전쟁(1861~1865)의 당위성을 폄하한 공화당 유력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흑인 교회에서 꾸짖었다. “노예제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다. 남북전쟁이 전쟁 대신 협상이 가능했다고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며 흑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고 한 것이다.

“모르는 모양인데”… 바이든, 역사 강의

바이든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뒤 노예제가 아니라 주의 권리 문제(연방정부의 주 정부 권리 간섭)가 전쟁의 원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남부처럼, 다시 패배를 거짓말로 숨기려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특히 “모르는 것 같은 이들에게 내가 분명히 말한다”며 “노예제가 남북전쟁의 원인이었고, 그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이 선거를 훔치려 했고 이제 역사를 훔치려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캠페인 구호였던 마가는 이후 극우 성향 트럼프 팬덤(열광적 지지자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바이든에 기회 준 공화당의 ‘남부 본색’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니키 헤일리(무대 위 붉은 옷)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8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시청에서 열린 폭스뉴스 채널 주최 행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디모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니키 헤일리(무대 위 붉은 옷)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8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시청에서 열린 폭스뉴스 채널 주최 행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디모인=로이터 연합뉴스

남북전쟁이 일갈의 소재로 동원되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은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남북전쟁에 대해 “협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예제 폐지에 전쟁까지 필요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달 27일 전쟁 원인을 묻는 질문에 노예제를 빼고 대답했다. 공화당 텃밭이 남부인 만큼 노예제 언급 기피는 지지층 영합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공화당의 본색 노출은 흑인 지지 회복을 위해 부심하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회가 됐다. 최근 공개된 미국 서퍽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 비율이 63%였다. 이는 2020년 대선 당시 87%에서 급감한 수치였다. 남부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흑인 교회를 유세 장소로 잡은 것도 민주당 집토끼 흑인 유권자를 향한 구애 전략으로 해석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 집권기를 규정하는 가치는 민주주의와 인종 평등이다. “대통령이 인종 차별과 극단주의를 비난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가장 끔찍한 증오 범죄가 발생한 곳을 방문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2015년 이 교회에서 총기 난사 사고로 흑인 9명이 희생됐다. 공교롭게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 부진하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유권자였다.

미셸 오바마 “흑인은 못하는 걸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힘을 보탰다. 그는 8일 공개된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 셰티의 ‘온 퍼포즈’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여러 번 기소돼도 여전히 출마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흑인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4차례 형사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하며 흑인 유권자들을 자극한 것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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