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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면서 안 하는 척...'무위자연'도 모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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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략학'이라니. 그것도 중국의 유명 군사학자인 차이위치우가 쓴 책이라 하니 이건 대놓고 음모를 꾸미는 책이 아닐까.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중국에서 '모략'이란 말은 영어의 'Strategy', 즉 전략에 가까운 말이다. 1996년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미국 등 해외의 군사학자들이 너도나도 구해다 본 책이라 하니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의 중국판이랄 수 있다.
책은 여러 결로 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춘추전국시대에서부터 명·청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사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유방이 가장 용맹했던 초나라 항우를 결국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 삼국지의 간사한 영웅으로 알려진 조조가 실제론 오늘날의 '참모본부' 개념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운영했다는 평가, 청나라 최전성기라는 강희제~건륭제 시기가 실은 대대적인 공안 사건 조작 시대였다는 얘기 등이 폭넓게 나온다. 아무래도 1990년대에 중국 군사학자가 쓴 책이다 보니 중간중간 마오쩌둥 어록이 등장하는 점은 각오해야 한다.
흥미로운 건 고전의 재해석이다. 중국의 전략이라면 '손자병법'이 떠오르지만 책에서 손자병법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 전쟁과 무관하다고 우리가 흔히 생각해온 사상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가령 '왕도정치'를 내세웠다는 맹자는 정전제(井田制)의 주창자이기도 했다. 정전제는 농업과 전쟁을 한데 묶은 총동원체제다. '인의예지'는 그 위에 덧씌운 이데올로기다.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도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다 하면서 안 하는 척하라는 의미다. 사상가의 가르침이란 결국 한 차원 높은 모략이었다는 얘기다. 두껍지만 이야기체라 페이지는 쉽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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