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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빼앗긴 우크라이나만 포기하면… 미국·러시아, 출구 모색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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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전 양상으로 흐르던 우크라이나 전쟁 기류가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 편에서 깊숙이 발을 담근 미국과 당사자인 러시아, 두 강대국 사이에서 출구가 모색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미국 등 서방 지원 없이는 러시아의 물량 공세에 맞불을 놓기에 역부족인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땅 일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게 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년간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몰아내는 데 주력해 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조용히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 목표 지지’에서 ‘종전협상 입지 개선’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조짐이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개전) 2년이 다 돼 가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승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발언을 휴전 추진 가능성 시사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견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 백악관 관계자는 “이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이 유럽연합(EU)과 논의 중인 협상력 강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① 하나는 방어 태세 전환이다. 우크라이나군을 기존 반격 위치에서 동부 주둔 러시아군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어 위치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②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 가속화도 전략의 일환이라고 유럽 외교관이 이 매체에 밝혔다.
휴전을 바라는 편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공개 석상에서는 호전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휴전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이 휴전 가능성을 타진해 온 것은 9월부터다. 복수의 외교 채널을 통해 승리 선언이 가능하고 현재 점령지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한다.
문제는 우크라이나다. 아직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영토를 넘겨주는 것을 전제로 한 휴전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러시아 둘 다 협상 얘기를 꺼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장기화하는 전선 교착에 피로감을 느낀 서방의 지원이 급감하며 우크라이나도 한계에 다다른 형국이다. 격전 중인 동부 전선 요충지 마린카를 끝내 내주고 퇴각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병력과 탄약 모두 러시아에 비해 조달하는 데 훨씬 애를 먹는 모습이다. 미국이 이날 우크라이나에 2억5,000만 달러(약 3,200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600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안 등이 포함된 예산안 처리는 공화당 벽에 막혀 있다. 전쟁을 더 끌고 갔다가 자칫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전체를 상실할 수도 있는 게 지금 우크라이나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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