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흑해서 "러 함정 완파" 승전보 울렸지만… 동남부 전장선 '좌절'

입력
2023.12.27 18:45
구독

"러시아 흑해 함대 대형 상륙함 파괴" 발표
러 국방부도 시인... '8번째 함선 격퇴' 추정
동부 마린카선 패퇴... 러 보복 공습도 받아

우크라이나군이 26일 크림반도 페오도시야 항구에 정박한 대형 상륙함 노보체르카스크를 파괴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엑스(X·옛 트위터)에 지역 주민이 촬영한 군함 폭발 영상이 공유됐다. 엑스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26일 크림반도 페오도시야 항구에 정박한 대형 상륙함 노보체르카스크를 파괴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엑스(X·옛 트위터)에 지역 주민이 촬영한 군함 폭발 영상이 공유됐다. 엑스 캡처

“우크라이나가 흑해와 크림반도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동부에선 좌절을 맛봤다. 승전보도 빛이 바랬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흑해 함대의 주요 함정 1척을 파괴한 우크라이나의 성과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평가했다. 동부 주요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마린카에서 패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공권을 장악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보복 공습도 퍼붓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RBC와 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3시 반쯤 크림반도 페오도시야 항구에서 대형 상륙함 노보체르카스크가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밝혔다. 다만 파손 정도를 공개하진 않았고, 지역 당국도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만 설명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발표는 먼저 공개된 우크라이나 측 주장을 확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전함 한 척이 불길에 휩싸인 영상을 공개하면서 노보체르카스크가 완파됐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선박을 침몰시킨 공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공격엔 영국이 제공한 순항미사일 스톰섀도 4발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이 가해진 크림반도 페오도시야 항구에서 파손된 러시아 군함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텔레그램 채널 'VentdeCrimee' 제공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이 가해진 크림반도 페오도시야 항구에서 파손된 러시아 군함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텔레그램 채널 'VentdeCrimee' 제공

러시아군 전력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길이 112.5m인 노보체르카스크는 12척 내외로 구성된 '흑해 함대'의 상륙함 중 하나다. 이란산 드론을 러시아군 부대로 수송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국군 함대가 없는 우크라이나로선 적군 보급선을 끊는 주요 성과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 4개월간 러시아 흑해 함대의 20%가 파괴됐다”며 “전쟁이 교착 상태라는 믿음이 틀렸다”고 썼다. 이번 공격을 포함, 우크라이나는 흑해 함대 총 8척을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한 해상에선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러, 즉각 보복 공습… EU는 '우회 지원' 검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 한 소방관이 지난 10월 30일 러시아군 포격으로 발생한 주택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 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 한 소방관이 지난 10월 30일 러시아군 포격으로 발생한 주택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AP 뉴시스

그러나 문제는 지상 전선이다. 우크라이나는 마린카가 러시아에 점령당했다는 걸 사실상 시인했다. 전날만 해도 러시아의 ‘점령 주장’을 부인했던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군인들이) 마린카 외곽으로 이동했다”며 패퇴를 인정했다. 외곽 진지에서 러시아군의 추가 진격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NYT는 “러시아군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점령 목표에 가까워졌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밀리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기차역에 보복 공습(1명 사망, 4명 부상)을 가하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희소식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최대 200억 유로(약 28조 원) 규모의 자금을 차입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플랜B’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EU가 ‘친러시아 회원국’ 헝가리의 거부권을 우회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방안은 EU 집행위원회가 몇몇 국가의 보증하에 채권을 발행,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어서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보증에 참여하는 정부는 자국 의회 승인이 필요해 정치적 논란을 유발할 순 있다. FT는 “기술적 문제는 없지만 정치적으로 더 복잡하다”는 소식통 발언도 전했다.

김현종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